실명 확인 없이 개설된 계좌가 범죄에 사용됐더라도 은행에 배상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은행이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은 사실이지만 피해자의 손해 발생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 2부(주심 박시환 대법관)는 텔레뱅킹 사기를 당한 김씨가 현금을 인출해 가도록 방조했다며 K은행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은행의 책임을 70%로 인정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5일 밝혔다.

대법원은 "금융기관이 본인 확인 절차 등을 제대로 거치지 않고 계좌를 개설해 줬다는 것만으로 그 계좌를 통해 입출금된 금액 상당에 대해 언제나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은행 측 손을 들어줬다.

금융기관의 잘못과 손해 발생 사이에는 배상책임을 인정할 만한 '상당인과관계'가 없다는 취지여서 논란이 예상된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