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은 12일 "재벌이 은행을 소유하는 것은 허용하되 경영에 참여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또 금융회사의 인수.합병(M&A)을 통한 대형화를 유도하기 위해 시장 독점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위원장은 이날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현대경제연구원과 한국경제신문 주최로 열린 `한경 밀레니엄 포럼' 조찬 강연에서 "국내 금융회사가 손실 위험을 흡수하고 전문 인력을 키우는 한편 글로벌 금융회사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자본 확충이 선결돼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위원장은 "제한된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기업에 쌓여 있는 여유 자본을 새로운 자원으로 금융산업에 적극 활용할 수 있는 합리적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며 "금융산업에 이미 축적돼 있는 자본은 적극적인 M&A를 통해 자본 확충에 활용하는 방법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철학을 살려 산업이 금융을 지배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며 "소유는 허용하더라도 특정 재벌이 은행을 경영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정부 소유 금융회사의 민영화 관련, "가능한 민간이 맡아야 하고 정부의 역할은 최소화하며 운영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며 우리금융, 대우증권, 우체국금융 등의 조속한 민영화를 주장했다.

그는 민영화 방법에 대해 "산업자본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은행 지분을 10%씩 소유하고 이런 컨소시엄이 3~4개 나타나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본을 합리적으로 배분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금융회사의 대형화 과정에서) 가장 큰 애로는 국내 시장 개념에 기초한 독점 규제일 것으로 생각한다"며 "다른 산업과 형평성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지만 금융산업의 중요성과 글로벌 플레이어의 육성이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정도를 고려할 때 이에 대한 보다 진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폐쇄 경제 시대의 법과 제도를 고수하는 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금융회사의 육성은 그만큼 멀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위원장의 이런 발언은 금융회사의 대형화가 필요한 상황에서 현행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정책은 물론 독과점을 막기 위해 시장 점유율을 기준으로 M&A를 제한하는 공정거래법을 금융산업에 대해서는 완화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예컨대 국민은행[060000]이 지난해 외환은행[004940] 인수를 추진했을 때 공정위의 기업 결합 심사가 변수로 등장하기도 했다.

그는 "(연기금의 운영이) 특정 부처에서 특정 목적으로 접근하면 불합리해진다"며 "독립적으로 운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위원장은 "지난 3년간 시장 안정을 위해 일부 금융업종의 신규 인.허가를 자제한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일부 업종에서 신규 진입 제한이 오히려 자율적인 M&A를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는 2009년 이전이라도 금융산업 발전에 유익하다고 판단되면 신규 진입을 허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자통법 시행을 앞두고 증권사의 신규 설립 허용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kms123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