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한 국내 신문은 '죄악의 주식(sin stock)을 사면 돈을 번다'며 '한국판(版) 죄악회사 리스트'에 담배 도박 주류 업종과 함께 SK에너지를 포함시켰다.

의외였다.

그 회사는 왜 이 리스트에 선정됐을까.

곰곰 생각해 보니 '환경 오염'가능성이 귀책사유가 된 것 같다.

그렇지만 정유사에 박힌 '미운털'이 선정에 변수가 됐다는 생각이다.

시민들은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는 유가 문제에서도 정유사들이 가격안정에 앞장서 줄 것을 내심 바라고 있다.

덕지덕지 부과되는 유류세가 문제라는 것을 웬만한 사람은 알고 있지만,정유사가 알아서 고통을 분담하라고 압력을 넣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 정유회사는 시황덕분에 고유가의 단물만을 빨아먹는 기업으로 비쳐지고 있는 탓이다.

에너지원을 찾아 오지를 마다하지 않는 '에너지 기업' 이미지가 약하다.

실제로 SK는 정제사업 외에 유전개발,석유제품 수출 등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는데도 말이다.

에너지 회사를 '죄악의 회사'로 몰아서 좋을 일은 없을 것 같다.

우리와 사정이 비슷한 자원빈국들은 오히려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키 플레이어(key player) 육성에 적극적이다.

프랑스는 토털,스페인은 엡솔,이탈리아는 ENI를 석유 메이저에 휘둘리지 않을 정도로 키워냈다.

에너지 기업이 덩치를 불려나갈 수 있도록 정부가 정책적 배려와 인수·합병(M&A)을 독려한 결과다.

에너지분야는 '규모=글로벌경쟁력'이란 등식이 성립된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에너지는 또 자원민족주의 등과 맞물려 단순히 경제문제로만 풀 수 없는 정치·외교적 사안이 얽혀있기도 하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에선 아직 '키 플레이어' 육성에 대한 공감대가 빈약한 게 사실이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글로벌업종의 판도가 변하고 있다'는 보고서에서 지난 10년간 에너지 기업들이 매출액 순이익 등 측면에서 전기전자 자동차 등 업종을 압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향후 에너지산업이 뒷받침되지 않고선 다른 산업도 발전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에너지 산업의 미래를 놓고 머리를 맞댈 때다.

손성태 산업부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