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대입 전형에서 내신 반영비율을 사회가 납득할 만한 수준에서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데 상호 노력키로 합의했다고 한다.

정부와 대학 간의 갈등(葛藤)과 대립이 수험생과 학부모들에게 엄청난 혼란을 초래해 온 점을 감안하면 이런 식의 합의나마 이뤄낸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구체적 내용을 확정함으로써 수험생들이 불안감을 덜고 학업에 매진할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이번 합의의 두드러진 특징은 올해 입시에서 내신 실질반영비율 50%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해오던 교육부가 고집을 꺾고 유연한 입장으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김신일 교육부총리는 "지금 당장 50%를 실현하기 어려운 대학들이 있을 것"이라고 밝혀 내신 반영비율을 연차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내신 무력화를 시도하던 일부 대학들도 당초 계획보다 내신 반영비율을 다소 높이는 선에서 절충점을 찾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갈등을 봉합한다 하더라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은 너무도 분명하다.

학교간 지역간 고교 학력차를 반영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데다 대학이 원하는 인재를 선발할 수 있는 방법 또한 극히 제한적인 것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내년이면 갈등이 또 재연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거듭 강조하지만 정부가 학생선발 방법을 일방적으로 정하고 이를 획일적으로 적용하려 해서는 문제가 결코 풀리지 않는다.

정부는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이런 제도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지만 그것은 오히려 학력수준의 하향평준화를 초래하고, 대학의 자율을 침해하고, 나아가 우리 교육 전체를 무너뜨리는 부작용을 초래할 뿐이다.

오죽했으면 대학총장과 입학처장들이 집단적으로 반발하고 평교수 단체들마저 "정치권력에 교권이 훼손되고 있다"며 규탄성명을 발표하는 사태까지 일어나겠는가.

특히 평교수 단체들이 잇따라 성명을 발표한 것은 1987년 '4·13호헌 철폐' 시국선언 이후 처음 있는 일이고 보면 대학사회가 느끼는 반감(反感)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대학의 자율을 존중하고 대학사회의 의견을 새겨들어야 한다. 학생선발은 대학에 맡기는 것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