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을 배우러 왔어요."

세계 최고의 인재들이 한국 기업에 대해 궁금해했다.

글로벌 최상위 비즈니스 스쿨 중 하나인 미국 하버드대 MBA(경영전문대학원) 1학년 학생 40명이 한국 기업을 공부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본격적인 한국 기업 스터디에 앞서 한국문화 '맛보기'를 위해 3일 서울 인사동을 찾은 이들은 벌써부터 다양한 기대감을 나타났다.

"수업 시간에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에 대해 케이스 스터디를 했지만 학교에서 배운 내용만으로는 사업내용을 완전히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빨리 삼성전자 등을 직접 찾아가 생생한 경영내용을 배우고 싶다"며 상기된 표정을 지었다.

세계 각국 인재들이 모여 공부하는 하버드 MBA는 매년 40여개 국가 중 일부를 선택해 방문하는 프로그램을 자국 유학생들이 계획하고 진행한다.

올해 한국 여행을 주도한 한국인 유학생 구자현씨(31)는 "40명을 모집하는 데 15초 만에 마감됐다"며 "일주일 전에 진행된 일본 여행보다도 오히려 인기가 높았다"고 전했다.

이번 여행은 5박6일 일정이다.

4일 삼성전자의 미래전략그룹과 SK텔레콤을 방문하고 5일 비무장지대(DMZ)의 판문점에 들른 다음 한덕수 국무총리도 접견할 예정이다.

이번 여행에 동참한 한국계 미국인인 박정호씨(28)는 "아시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국에 대한 관심도 크게 높아지고 있다"며 "미국 언론은 북핵 등 정치적 이슈에만 초점을 맞춰 정작 알고 싶은 한국 기업에 대한 정보는 얻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주일 전에 일본 여행을 한 뒤에 한국 여행에도 참가했다는 아룬다틱씨(28·여)는 "일본에선 도요타와 소니를 방문했다"며 "한국에서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을 방문하면 두 국가의 대표 기업을 모두 공부하게 되는 셈"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인도 출신으로 나중에 인도에서 일하고 싶다는 그는 인도에서 일하기 전에 먼저 한국 기업에서 일하고 싶다고 했다.

아룬다틱씨는 "인도는 아직 발전 중인 국가지만 한국은 이미 여러 산업에서 세계 최고 기업을 보유한 선진 경제"라며 "한국 기업에서 일한 경험이 경력 관리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3년 전부터 한국 인덱스 펀드에 투자하고 있다는 리치씨(28·남)는 "한국의 우량 주식을 많이 보유하고 있고 지금까지 수익률이 120% 정도 된다"며 "향후 한국 시장의 전망을 매우 밝게 본다"고 말했다.

아예 한국에 살면서 한국 기업에서 일하고 싶다는 알렉씨(27·남)는 한국의 첨단 기술 분야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그는 "한국의 IT(정보기술) 기업들은 세계적 수준"이라며 "이들의 경영 노하우를 직접 일하면서 배우고 싶다"고 밝혔다.

현재 하버드 MBA는 전략 과목 케이스로 삼성전자를,창업 과목 케이스로 SK텔레콤에 대해 배우고 있다.

신한은행 케이스는 조흥은행을 합병해 서로 다른 두 문화를 성공적으로 M&A한 성공 사례로 배우고 있다.

내년에는 국제경제 과목 케이스로 한국 경제를 배울 예정이다.

이 과목에서는 지난 30년간 한국이 단기간에 성장할 수 있었던 제도와 문화적 배경 등을 공부하게 된다.

캐나다 출신으로 한국의 활기찬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는 야스민씨(28·여)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한국 경제는 더욱 큰 기회를 얻은 것 같다"며 "미국 소비자들은 보다 싼 값에 한국 상품을 사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DMZ 방문도 고대하고 있다.

유일한 분단 국가로 베일에 싸인 북한을 멀리서나마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더욱 설렌다는 것.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