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단가가 일본에 비해 최고 80%나 더 비싼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기준으로 미국산 쇠갈비본살을 일본은 kg당 평균 7.5달러에 수입한 반면 한국은 13.5달러에 들여왔다.

진갈비는 일본의 평균 수입 단가가 11.5달러인 데 비해 한국은 18달러로 57%를 더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갈비본살과 진갈비는 뼈가 제거된 쇠고기 부위로 구이 요리에 주로 쓰인다.

3일 한국경제신문이 입수한 업계 교환 자료에 따르면 국내 수입업체들은 불고기와 샤브샤브 용으로 쓰이는 목심도 kg당 5.3달러에 수입,일본(4.5달러)보다 18% 비싸게 들여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똑같은 부위의 미국산 쇠고기를 한국이 일본보다 훨씬 비싼 값에 들여오고 있는 것은 한국의 경우 수입업체들이 100여개나 난립,과당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일본은 쇠고기 수입업계가 대형 20개사로 정비돼 있어 미국 측과의 협상력이 안정돼 있다는 지적이다.


◆수입업체경쟁 美업자만 살찌워

업계에 따르면 광우병이 터지기 전인 2003년 상반기까지 40여 곳이었던 쇠고기 수입업체 수는 지난 4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부분 재개된 이후 미국 현지 교민 등을 낀 영세 업체들이 가세,100여개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쇠고기 수출업체들은 이처럼 난립한 한국 업체들이 일정한 수입 채널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는 점을 이용,일본보다 턱없이 비싼 가격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 지사를 두고 있는 도매업체 관계자는 "미국 현지에서 웃돈 얹기와 선결제 등 이전에 볼 수 없었던 거래도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마 다쓰오 일본 식육수출입협회 대표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미국 쇠고기 시장은 대규모의 몇몇 육류 수출업자들이 수입 단가와 물량을 좌우하는 철저한 공급자 위주 시스템이라 외국 수입업체의 경쟁이 심할수록 가격 경쟁을 유도해 반사 이익을 챙기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일본은 2003년만 해도 미국산 쇠고기 37만5993t을 수입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물량을 들여왔지만 광우병 사태 이후 수입을 재개한 지난해 7월 이후에는 미국산 쇠고기 수요가 주춤,작년 하반기 수입 물량은 7000여t에 그쳤다.


◆호주산 쇠고기가 더 싸다

국내 업체들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가격에 잔뜩 '거품'이 끼면서 호주산 쇠고기가 훨씬 더 싼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한 도매업체 관계자는 "이달 미국산 '초이스급(한우 2등급에 해당)' 목심의 kg당 도매가는 1만1000원으로 호주산(6000원)에 비해 두 배가량 비싸고 1등급 한우(1만4000원)보다 약간 싼 정도"라고 말했다.

이처럼 호주산 쇠고기가 싸게 팔리는 이유는 지난해 말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가 더딜 것으로 예상한 수입업체들이 호주산 쇠고기를 대거 사재기,재고 처리를 위해 출혈을 감수하며 대량 할인 판매에 나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호주 육류협회는 국내 수입업체들과의 지속적인 거래를 유지하기 위해 낮은 수출 단가를 고수하고 있어 미국산 쇠고기의 거품 현상이 지속될 경우 국내 쇠고기 시장 판도에 적지 않은 영향이 예상된다.

최정은 미국육류수출협회 홍보팀 과장은 이에 대해 "한국은 지난달까지의 수입량이 100t에도 못 미치는 등 아직은 테스트 수입 단계여서 정확한 가격이 형성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국가별로 판매되는 쇠고기의 축산 지역과 우종(牛種)이 다른 경우가 많아 수입 단가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