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은행과 수출보험공사의 영역 다툼이 치열하다.

수출입은행이 해외 자원개발과 플랜트 수출 등에 대한 채무보증 업무를 본격 취급하겠다고 나서자 수출보험공사가 고유영역 침범이라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여기에 주무부처인 재정경제부와 산업자원부가 가세,공방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10년 묵은 논쟁

3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재경부는 수출입은행에 채무보증을 허용해 주는 내용을 담은 수출입은행법 개정안을 마련,산자부와 협의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수출입은행 업무영역 확대가 필요하다는 재경부의 주장과 수출보험공사가 그 업무를 하고 있는 만큼 업무 중복이라는 산자부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 협의는 원점을 맴돌고 있다.

재경부와 수출입은행,그리고 산자부와 수출보험공사가 이 같은 논쟁을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7년 얘기가 처음 나오기 시작한 이래 때만 되면 똑같은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무엇이 쟁점인가

수출입은행은 국내 기업이 해외 자원개발이나 플랜트 선박 등을 수출할 때 대출해 줄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프로젝트를 위해 외국 금융회사가 국내 기업에 자금을 대 주고 이를 수출입은행에 보증을 서 달라고 요구하면 해줄 수 없다.

수출입은행법에 '대출'만 명문화돼 있고 '보증'은 명문화돼 있지 않아서다.

수출입은행은 하지만 외국환업무를 할 수 있다는 근거조항을 활용,2001년부터 외국 은행에 대해 채무보증 업무를 해 왔다.

지금까지 서준 보증은 총 9건.하지만 지난해 감사원 감사를 받으면서 이것이 문제가 됐다.

감사원은 이에 대해 "수출입은행은 외국인에 대한 지급보증 문제에 대해 재정경제부 산업자원부 한국수출보험공사 등 관계기관과의 협의를 거쳐 법적근거를 마련한 후 취급하고,수출입은행법 규정에 어긋나게 업무를 확대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조치를 내렸다.

재경부와 수출입은행은 감사원의 지적을 '수출입은행법을 개정해 보증업무를 취급하라'고 해석하고 개정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산자부와 수출보험공사는 '관계기관과 협의되지 않으면 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 강력 반발하고 있다.

양측의 대립은 이제 감정 싸움으로까지 번지고 있어 국무조정실의 조정 노력도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참에 통합하라"

수출입은행과 수출보험공사는 원래 한몸이었다.

하지만 대출과 보험의 이해상충 문제가 불거진 1992년 7월 수출보험공사가 분리됐다.

문제가 되기 시작한 것은 수출입은행이 독점하다시피 해온 수출자금 대출을 민간 은행들도 취급하면서부터다.

수출입은행은 이는 글로벌 추세이며 한국도 수출입은행이 외국처럼 보증업무 비중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전략적 판단을 내리고 있다.

이에 대해 수출보험공사는 수출입은행이 보증업무를 본격 취급하면 공사의 입지가 좁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계에선 정책금융기관의 전형적인 '밥그릇 싸움'으로 보고 있다.

금융계에선 미국처럼 한국도 한 곳의 정책 수출금융기관이 대출 보증 보험 등을 모두 취급하는 방식으로 기관통합이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