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시장 활황 분위기가 적어도 2~3년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구상 작품과 현대적인 화풍의 한국화 인기가 이어지면서 조만간 추상 및 설치작품도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신문이 1일 국내 상업화랑 대표를 비롯해 아트펀드 매니저,미술평론가,경매회사 대표 등 10명을 대상으로 '미술시장 현황과 전망'을 설문조사한 결과 '올해의 활황이 2~10년 정도 계속될 것'이라고 예측한 사람이 8명인 반면 '거품 붕괴를 경계해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인 사람은 2명에 불과했다.

이들은 시장 활황의 요인으로 풍부한 유동성,수요층 확대,경매회사 활성화,아트펀드의 출연,신진·중견작가들의 약진,해외시장 분위기 호조 등을 꼽았다.

시장의 위험요소로는 일부 작가·작품의 단기 가격급등 부담,경매 쏠림현상 심화,묻지마 투자 확산,가격및 유통시스템의 미비,중국 시장의 위축 우려 등을 지적했다.

◆엇갈린 전망=전문가들은 국내 미술 시장이 장기적으로는 성장할 것이라는 데 의견이 일치하지만 일부 작가·작품값의 단기 급등에 따른 최근의 시장 분위기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이현숙 한국화랑협회 회장은 "미술 시장이 과열이라고 하면서도 모두 유망 작가들의 작품을 찾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국내 미술 시장은 지금부터 '랠리'의 시작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고,김창실 선화랑 대표 역시"경제 상황에 따라 조정은 있을 수 있지만 붕괴는 없을 것"이라는 낙관론을 폈다.

서울옥션 윤철규 대표는 "올 들어 신규 컬렉터가 4만~5만여명 늘어났고 시장에서 거래되는 작가도 150여명으로 증가했다"고 전했다.

또 서정기 아트펀드매니저(골든브릿지 자산운용 본부장)는 "연말까지 600억~1000억원의 금융권 자금이 미술 시장에 들어올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반해 동산방화랑의 박우홍 대표는 "미술품이 투자 대안으로서 접근성이 너무 강한 데다 수요자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작품값이 너무 가파르게 올라 2~3년 안에 시장이 붕괴될 수도 있는 만큼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또 오현금 토포하우스 대표는 "국내 미술 시장은 지난 10여년간 급격히 추락한 이후 최근 급상승하는 전형적인 '번지점프형'구조"라며 "아직 검증이 안된 젊은 작가를 중심으로 작품 가격이 2~3배 이상 급등한 것은 분위기에 휩쓸린 투기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보수적 투자전략 필요한 때=전문가들은 돈의 흐름이 빠르게 바뀌는 추세여서 이럴 때 일수록 보수적인 투자전략을 세워 스스로 스탠스를 잘 가져가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과열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고 당분간 관망세를 유지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아시아 미술시장 전문가인 이안 로버트슨 영국 소더비 아트비즈니스과정 학과장은 "미술품은 단기 상품이 아닌 장기 가치투자 상품인 만큼 작가별 상승 흐름 속에 아직 덜 오른 작가를 선별,옥석을 가리는 지혜가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유통시스템 부실=시장 분위기는 좋지만 작품 유통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미술평론가 신항섭씨는 "허술한 미술품 가격 유통시스템과 경매시장에 대한 지나친 쏠림현상,미술품에 대한 양도소득세 부활 우려 등은 시장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서진수 미술시장연구소장 역시 "미술품 정보시스템이 없는 데다 일부 작가에 편중된 가격급등 현상 때문에 미술 시장의 활황이 시작되기도 전에 거품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시장이 제 기능을 못하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