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안보이는 이라크 폭력사태로 고향을 떠나 시리아로 피난을 간 이라크 여성들이 생활고로 성매매에 내몰리고 있다고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이 29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테러를 피해 바그다드에서 시리아로 피난을 온 움 히바씨의 예를 들어 전쟁으로 산산조각 난 이라크 가족의 비참한 피난생활을 보도했다.

움 히바씨의 16살 난 딸은 전쟁 전 바그다드에서 공부와 신앙생활에 전념했던 성실한 보통 여학생이었다.

그러나 전쟁으로 그의 가족이 올해 초 시리아로 피난오면서 이들의 삶은 180도로 바뀌었다.

시리아에서 마땅한 직업이 없는 데다 남편의 병세가 심해지자 움 히바씨는 아는 이라크인의 조언에 따라 자신의 딸을 한 나이트클럽에 데려갔다.

원래 그의 딸은 무용수로 이 나이트클럽에 취직을 했지만 이들 무용수가 성매매를 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움 히바씨는 자신의 딸이 야한 옷을 입고 현란한 조명 아래 무대에서 다른 이라크 소녀들과 춤을 추다 술에 취한 중년 남자에게 끌려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비단 움 히바씨 가족 뿐 아니라 시리아로 피난을 온 이라크 여성들이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성매매 시장으로 나온 탓에 시리아 다마스쿠스의 길거리 한복판에서조차 10대 이라크 소녀가 호객행위를 하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다.

유엔에 따르면 이라크인 120만명 정도가 시리아에서 피난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발표된 유엔의 보고서에 따르면 생활이 극도로 어려워진 이라크 피난 여성들이 심지어 가족이 알고 있는 상황에서도 성매매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아버지가 자신이 피난생활을 하는 거처로 `손님'을 데려와 딸과 성관계를 맺도록 하고 돈을 받는 경우도 있다고 이 보고서는 지적했다.

다마스쿠스의 `선한목자 수녀회'의 마리-클라우드 나다프 수녀는 "가족 중 남자는 죽거나 납치를 당한 탓에 많은 이라크 여성이 가계를 꾸려야 한다"고 말했다.

남편을 잃은 여성들이 전쟁을 피해 무작정 피난을 오고 있고 별다른 기술이나 사회생활 경험이 없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하룻밤에 50∼70달러를 벌기 위해 자신의 몸을 `생계 수단'으로 삼는 다는 것이다.

이라크의 여성이 성매매 시장으로 유입되자 이를 악용한 나이트 클럽 업주나 포주들이 화대를 가로채는 사례도 빈번하고 가까운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에서까지 술과 여성을 돈으로 살 수 있는 시리아로 `원정 성매매'를 하러 오기도 한다.

시리아 정부도 이런 피난민에 의한 성매매가 증가하자 이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지만 갑자기 밀려든 이라크 피난민 탓에 사실상 효과적인 대처를 못하고 있다.

움 히바 씨는 "시리아 성매매 여성의 70∼80%가 이라크인일 것"이라며 "남자들이 우리 딸들이 벌거벗은 모습을 보고 있는 데 어떻게 행복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으로 정작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은 미국이 표적으로 삼은 사담 후세인과 그 잔당이 아니라 죄없는 평범한 이라크 국민인 셈이다.

(두바이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hsk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