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경찰청은 13일 김 회장에 대해 구속 후 첫 조사를 벌였으나 김 회장은 쇠파이프 등 흉기 사용과 폭력조직 동원에 대해 또 다시 부인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 회장은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6시간 동안 변호사가 입회한 가운데 진행된 조사에서 영장실질심사 때 시인한 대로 3월8일 경호원 등을 동원해 북창동 S클럽 종업원들을 청계산에서 폭행하고 아들이 S클럽에서 종업원 윤모씨를 때린 혐의는 인정했다.

하지만 종업원들을 납치하도록 지시한 부분과 흉기 등 사용, 조폭개입 여부에 대해서는 강하게 부인했다.

이날 다른 방에서 조사를 받은 경호과장 진모(구속)씨도 김 회장과 같은 내용을 진술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또 이날 오후 1시30분께 자진 출두한 김 회장 차남 친구 이모(22)씨를 조사한 결과 "폭행 현장 3곳에 모두 갔으며 청계산 등에서 김 회장과 아들이 주먹으로 폭행하는 장면을 목격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하지만 이씨는 김 회장이 흉기를 사용해 폭행하는 장면은 못봤다고 진술했다.

그는 "4월24일 이 사건이 갑자기 언론에 너무 크게 보도됐고 한화측에서 청계산에 가지 않았다고 주장해 겁이 나 모든 연락을 끊고 잠적했었다.

그동안 PC방을 전전했을 뿐, 한화측의 비호를 받은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씨가 폭행에 가담하지는 않았다고 보고 오후 5시50분께 귀가시켰으며 한화측이 이씨를 숨겼는지에 대해 별도로 조사할 계획은 현재로서는 없다고 밝혔다.

이씨는 김 회장 차남의 초등학교 동창생으로 사건이 벌어진 3월8일 김 회장 측과 피해자인 S클럽 종업원을 제외하고는 폭행현장 3곳을 모두 목격한 유일한 제3자로서 사건 해결의 열쇠가 될 것으로 주목받았으나 지금까지 잠적해 있었다.

경찰은 권투선수 출신 청담동 G가라오케 사장 장모씨가 오후 5시께 자진 출두함에 따라 장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하고 있다.

장씨는 한화측의 요청으로 사건 당일 피해자들을 G가라오케로 데려오고, 윤모씨를 통해 폭력배 등을 동원했으며 S클럽 지배인 박모씨를 발로 차고 얼굴을 때리는 등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장씨에 대한 조사가 끝나는 대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불구속입건한 뒤 귀가시킬 방침이다.

경찰은 범서방파 행동대장 오모씨와 G가라오케 사장 장씨, D토건 김모 사장 등 3명이 사건 당일 김 회장 측 요구로 조직폭력배 등 수십 여명을 현장에 동원했다고 보고 이들의 휴대전화 통화내역을 토대로 수사를 벌이고 있으며 캐나다로 출국한 오씨와는 아직 연락이 닿지 않았다.

경찰은 피해자들이 합의금 명목으로 80억원을 요구했다는 한화측 주장과 관련해 북창동 일대 유흥업소 사장단이나 S클럽과 관련된 조폭이 개입했을 수 있다는 첩보를 입수, 사실관계를 수사 중이며 14일 피해자들을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경찰은 또 주피의자인 김 회장이 `청계산에 가지 않았고 폭행도 하지 않았다'는 기존 진술을 번복함에 따라 14일 김모 비서실장, 이미 불구속 입건된 사택 경비용역업체 직원 등 5명, D토건 김모 사장, 오씨와 한화측 연결고리로 의심받는 범서방파 조직원 출신 음식점 사장 나모씨를 모두 소환해 조사한다.

경찰은 김 회장측 관계자 가운데 추가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대상이 있는지 검토 중이며 김 회장 차남은 재소환할 계획이 없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noano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