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8일 서울 청담동과 북창동, 경기 성남 청계산 일대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이날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아들이 시비로 다쳐서 돌아오자 공권력과 사법절차를 통해 사건을 해결하는 대신 직접 경호원 등을 동원해 `사적 보복'에 나섬으로써 결국 초유로 재벌 총수가 경찰서 유치장에 구속되는 결말을 맞게 된다.

김 회장은 뒤늦게 "저처럼 어리석은 아비가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며 후회했지만 사건 당일에는 이성보다 감정이 앞섰던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에 적시된 일자 및 시간대별 이번 `보복폭행' 의혹 사건의 전말.
물론 김 회장 측은 일부 폭행 등 혐의는 시인하고 폭력배 동원이나 쇠파이프ㆍ전자충격기 사용 등 혐의는 부인하고 있어 향후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진실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에 따르면 3월8일 오후 5시께 김 회장은 아들이 그날 새벽 7시 서울 강남구 청담동 G주점에서 술을 마시던 S클럽 주점 종업원들과 어깨를 부딪친 일로 시비가 벌어져 이 중 1명으로부터 폭행을 당하고 계단 아래로 굴러 오른쪽 눈 부위가 찢어졌다는 사실을 경호과장 진모씨(구속)로부터 보고받았다.

김 회장은 수사당국에 신고하는 대신 직접 보복하기로 하고 비서실장 김모씨 등을 통해 폭력조직 서방파의 하부조직인 `맘보파' 두목 오모씨와 한화 하청업체인 D토건 대표 김모씨, G주점 사장 장모씨 등과 직ㆍ간접적으로 범행 계획과 역할 분담을 모의했다는 게 경찰 수사 내용이다.

오씨와 장씨, 진씨는 부하나 직원들에게 `동원 지시'를 내린 뒤 G주점을 찾아가 영업사장에게 S클럽 종업원들을 데려오도록 시켰다.

이들은 오후 9시10분께 시비가 붙었던 S클럽 종업원들이 도착하자 "무릎 꿇어. ××들아"라며 험악한 분위기를 만들었고 김 회장이 "태워"라고 지시하자 승합차에 이들을 밀어넣은 뒤 9시40분께 G주점에서 15.6㎞ 떨어진 경기 성남시 청계산의 신축 공사장으로 강제로 데려갔다.

김 회장 일행은 이들을 빈 건물에 끌고 들어가 바닥에 무릎 꿇게 한 뒤 오후 10시10분께까지 감금했으며 김 회장이 조모씨에게 "네가 내 아들을 때렸냐"며 주먹과 발로 얼굴 등 온 몸을 수차례 때리고 주위에 있던 금속성 건축자재(`쇠파이프')까지 사용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수사에 따르면 조씨 등에게는 전기봉으로 머리, 목 등에 전기 충격이 가해졌고 "너희들은 뭐했냐"며 다른 피해자들에게도 등과 얼굴을 10여 차례씩 주먹과 발길질이 이어졌다.

이로 인해 조씨는 두부외상, 좌측안와부 타박상 등의 상해를 입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 과정에서 오후 10시10분께 아들을 때린 사람이 이들이 아니라 S클럽의 다른 종업원이라는 점을 알아낸 김 회장 일행은 이들을 승합차에 태워 18.5㎞ 떨어진 서울 북창동 S클럽에 10시40분께 도착했다.

S클럽에서 진씨가 추가로 동원한 직원들과 합세한 김 회장은 주점 사장에게 "니가 애들을 시켜 내 아들을 때렸냐"며 주먹으로 폭행한 뒤 "내 아들을 때린 ×을 잡아야 하니까 종업원들을 한명도 빠짐없이 집합시키라"고 하고 종업원 10여명을 한 방에 몰아넣어 다음날 새벽 0시20분께까지 정상적인 주점 영업을 방해한 혐의(업무방해)도 받고 있다.

주점 사장과 지배인이 아들을 실제 폭행했던 종업원을 불러오자 김 회장은 "(네가 맞은 만큼) 너도 한번 때려보라"고 했고 아들이 왼쪽 눈을 정통으로 가격한 뒤 얼굴과 정강이를 15차례 더 때려 두부외상, 왼쪽 전두 및 측두부 피하혈종의 상해를 입힘으로써 `한밤의 보복폭행'은 막을 내렸다고 경찰은 구속영장에 적시했다.

(서울연합뉴스) 강의영 기자 keyke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