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통한 표정으로 남대문서 유치장行

"담담합니다."

법원의 영장실질심사 결과 구속영장이 발부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12일 오전 0시20분께 양팔을 호송 경찰관들에게 붙잡힌 채 구금 장소인 서울 남대문경찰서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호송 승합차에서 내려 경찰서 정문까지 10여m를 걸어 들어오는 동안 김 회장은 충격을 받은 듯 멍한 모습으로 쏟아지는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

재벌 총수로서는 처음으로 경찰서 유치장에 갇히는 신세가 된 김 회장은 크게 낙심한 표정으로 `심경'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한참 동안 묵묵부답하다 `할 말 없습니다'란 짧은 한 마디 말만 남기고 함께 구속된 진모 경호과장과 함께 유치장으로 들어갔다.

일부 한화그룹 관계자들은 김 회장이 도착하기 한참 전부터 남대문경찰서 근처를 서성거리며 포토라인 밖 먼 발치서 총수의 구속사태를 지켜보며 씁쓸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유치장에 들어선 김 회장과 진 과장은 이미 입감돼 있던 피의자 7명이 있는 3개 방이 아닌 2층의 7호실과 6호실을 각각 배정받았다.

이에 앞서 11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서울중앙지검 별관 4층의 경찰 피의자 호송실에서 초조하게 심사 결과를 기다렸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오후 11시께 구속영장이 발부돼 집행되자 침통한 표정으로 "담담합니다"라는 한마디만 남긴 채 경찰에 둘러싸여 남대문경찰서 유치장으로 향했다.

그는 "지금 심경이 어떠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고, "법정에서 일부 혐의를 인정했느냐"고 묻자 "네"라고 짧게 말했다.

김 회장은 실질심사를 받을 때와 같은 양복 차림이었지만 기나긴 하루를 보낸 탓인 지 초췌한 모습이 역력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 회장이 대기실에서 나오기 앞서 취재진에게 "피의자 상태가 좋지 않으니 너무 밀착해 취재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해 김 회장이 영장 발부 소식을 듣고 상당히 정신적인 충격을 받았음을 뒷받침했다.

김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소식이 전해지자 검찰청사에서 기다렸던 한화 직원들은 굳은 표정으로 회사에 전화를 했다.

한 한화 관계자는 "드릴 말씀이 없다"면서도 "개인적으로는 이런 정도의 사안이 영장 발부 요건이 되는지 모르겠다"며 영장 발부에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안 희 차대운 기자 prayer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