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연루된 '보복폭행 의혹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4일 오전 중으로 김 회장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할 것으로 3일 알려졌다. 또 김 회장이 재작년 3월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고급 주점에서 종업원의 무릎을 꿇리고 술병으로 머리를 내리쳐 상처를 입혔다는 보도를 계기로 강남경찰서에 사건 수사를 지시했다.

강남서는 이번 사건을 현재 남대문서와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진행 중인 사건과 별개로 수사할 방침이어서 진행 상황에 따라 김 회장이 강남서에서 출석 조사를 받을 가능성도 생기게 됐다.

경찰은 이와 함께 사건 당일인 지난 3월8일 김 회장 측이 한화그룹 협력업체 임직원들을 폭행 현장에 동원한 증거를 확보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서도 확인 작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 수사 과정에서 경찰의 '무리수'와 '시행착오'가 되풀이되면서 수사 결과를 놓고도 적지 않은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늑장 수사와 잇따른 내부 정보 유출로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경찰에 이날은 지휘 체계의 혼선을 빚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수사팀 격려차 남대문경찰서를 방문한 경찰청 주상용 수사국장이 "김 회장의 2년전 논현동 폭행의혹 사건과 이번 사건을 병합해 사법 처리할 수 있다"고 밝힌 게 화근이 됐다.

이는 영장 조기신청 방침 포기와 수사의 장기화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불과 세 시간여 만에 남대문경찰서 장희곤 서장이 "강남서에서 논현동 (폭행의혹) 사건을 (수사)하든 말든 우리는 지난달 사건으로만 끝까지 간다"며 "병합 수사는 안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또 "국장님은 이번 수사에 대한 정확한 지식이 부족하고 수사에 대한 감도 수사 책임자보다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해 취재진을 어리둥절케 했다.

이뿐 아니다.

앞서 지난 1일 실시된 김 회장의 가회동 자택 압수수색에서는 영장이 발부될 것이라는 사실이 그 전날 언론에 공개됐다.

증거 인멸을 막고 남은 물증을 찾기 위한 압수수색 취지가 무색해질 정도였다.

경찰은 또 2일에는 청계산 공사장을 현장 조사하기로 했으나 계획이 사전에 유출되는 바람에 중단했다.

지난달 말에는 관련 증거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서둘러 김 회장을 소환 조사했다.

아홉 시간이 넘게 걸린 밤샘 조사에서 경찰이 확인한 내용은 김 회장이 사건 당일 서울 북창동 S유흥주점에 갔다는 사실뿐이었다.

수사의 생명인 보안과 신속성,인권 보호 등에서 '함량 미달'이라는 지적이 거푸 나오면서 경찰은 이번 수사의 신뢰성에까지 도전받는 상황이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