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연구원도 이제 먼지 쌓인 연구소를 벗어나 세상과 소통을 해야합니다."

16일 첫 출근한 김종석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 신임 원장(52)은 "모든 연구원들이 책상을 박차고 나와 각종 세미나와 토론회,공청회를 헤집고 다닐 수 있도록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을 생각"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리하여 한경연을 명실상부한 '스타'연구원의 산실로 양성,국내 최고의 경제연구소로 키워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제계는 홍익대 교수(경영학부)시절 강력한 시장경제 규율 확립과 규제 혁파를 외쳤던 그가 한경연 원장을 맡았다는 소식에 '적기적소의 인재영입'이라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사실 한경연은 지난 몇 년간 정부와의 협력관계를 강조해온 강신호 전 전경련 회장의 영향을 받아 재계 본연의 '싱크탱크'로서의 역할이 미흡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김 원장은 "제가 왔다고 해서 갑자기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갈등구도로 가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며 "다만 경제가 잘 되기를 바라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서로 다른 견해를 갖고 있는 사람들끼리 자주 만나는 기회를 갖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

보다 많은 연구원들이 시장경제의 파수꾼 내지는 규제개혁의 전도사로 나설 수 있도록 반대쪽 진영과의 토론 기회를 활성화해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경제계 내에서 한경연의 전략적이고 선도적인 위상도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취임 후 역점 사업으로 "시장경제의 원리와 우수성을 확산시키는 일"을 꼽았다.

이를 위해 시장기능에 대한 불신과 정부기능에 대한 과신,좌파적 색채가 강한 반시장적 경제이론들이 더 이상 우리 사회에 뿌리를 내릴 수 없도록 연구역량을 강화해나갈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이어 "그 다음은 아무래도 규제를 비롯한 기업환경을 국제적 수준으로 높이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04년부터 1년간 제2대 한국규제학회장을 지내기도 했던 김 원장은 학계의 대표적인 '규제 혐오론자'로 손꼽히고 있다.

그는 현 정부 들어 지역균형발전 투기억제 재벌규제 환경보호 등을 한다는 명분으로 생겨난 할당제나 가격상한제 등의 각종 규제들이 규제의 도입취지를 충족시키기는커녕 국민경제 발전에 심각한 장애요인으로 등장했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김 원장은 "특정 조직의 장(長)이 됐다고 해서 개인적 신념을 바꿀 수는 없는 일"이라며 "다만 상황에 따라 '볼륨(목소리의 크기)'은 달라질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경기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프린스턴 동문이자 서강대학교의 스타 교수인 김경환 교수(경제학부)가 매제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