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고 끝에 탄생한 한·미 FTA 합의안은 한·미 양국 국회의 비준이라는 또다른 산을 넘어야 한다. 비준은 행정부 간의 협상만큼이나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압박하는 미국 의회

미 의회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강경하다. 의회가 협상단에 48시간의 연장을 허용했던 것도 쇠고기나 자동차 분야에서 관련 업계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라는 압력용이었다.

미 의회는 한발 더 나아갔다. 보호주의 성향이 강한 미 민주당의 찰스 랑겔 하원 세출위원장과 샌더 레빈 무역소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성명을 내고 "FTA 합의안에 대한 의회 검토 기간이 FTA의 완성뿐만 아니라 노동이나 환경,지식재산권 같은 문제들에 필요한 변경을 하는 데 중점적으로 소요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랑겔 의원 등이 낸 성명에서 직접 겨냥한 나라는 파나마 페루 콜롬비아 등 중남미 3국이었다. 노동이나 환경,지식재산권을 거론한 것도 이들 중남미 국가의 노동 여건이 미국 기준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이들 3국과 FTA를 체결하겠다고 의회에 통보한 데 대해 랑겔 의원 등은 "의회 내 민주·공화 양당의 폭넓은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합의안 변경 가능성을 시사했다.

랑겔과 레빈 두 의원은 FTA 합의안의 의회 심사와 비준 절차를 좌우할 핵심 의원들이다. 이들은 한국과의 FTA와 관련해선 자동차와 쇠고기 협상에 가장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이들은 지난달 28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공동으로 수전 슈워브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게 서한을 보내 "USTR가 한국에 제시한 협상안은 (자동차 등) 미국산 제품에 대해 한국이 오랫동안 철의 장막을 쳐온 현실을 고려할 때 적절치 못하다"고 불평했다.

이에 따라 협상단의 합의사항이 미국 업계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수준에 못 미칠 경우 파나마 등 중남미 3국에 대한 수정 가능성을 거론한 것과 마찬가지로 한·미 합의안도 수정토록 압박할 공산이 크다.


◆연내 처리 불투명한 한국 국회

우리 국회의 경우 농민표를 의식한 반대 의원이 적지 않은 데다 대선(12월19일) 일정까지 맞물려 있어 올해 국회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

특히 비준안을 언제까지 처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규정도 없다.

비준안은 정기국회가 시작(9월)되는 즈음에 제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때부터 관련 상임위별로 득실을 따지게 되면서 찬·반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이후 비준안은 통일외교통상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서 표결 처리되는 수순을 밟게 된다.

일단 산술적인 표 계산을 할 경우 비준안은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원내 1,2당인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은 꼼꼼히 살펴본 후 찬·반 입장을 정한다는 방침이지만 찬성 기류가 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당 구분 없이 80여명에 달하는 농어촌 의원들의 반발이 거세 국회 통과를 섣불리 점칠 수 없다.

단식 중인 김근태 전 의장을 비롯한 열린우리당 일부 의원은 청문회와 국정조사까지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각 이익단체들이 대선을 겨냥해 정치권을 압박할 게 확실하다.

설령 본회의에서 표결이 시도된다 하더라도 물리적 저지에 막힐 가능성이 크다.

내년 4월 총선을 감안하면 비준안 통과는 그 이후로 넘어갈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홍영식/장규호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