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을 위한 통상장관 회담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피를 말리는 협상이었다.

당초 3월31일 오전 7시로 정해졌던 협상 시한을 넘기며 협상장인 하얏트호텔 주변에서는 "결렬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돌기도 했으나 양국은 극적인 '48시간 연장'이란 해법을 찾아내 가까스로 협상을 이어갔다.

결국 양국 통상장관은 1일 오후 10시 자동차.농업.금융.섬유 등 10여개 분야에 대한 최종 빅딜에 돌입,또다시 시한을 연장하며 절충을 시도했다.

특히 쇠고기 등 농산물과 자동차를 놓고 막판까지 의견 대립이 심했지만 양측의 협상 타결 의지를 꺾지는 못했다.


◆결렬 위기…시한 연장으로 돌파

협상 연기설은 3월30일 오후 3시께 청와대에서 처음 흘러나왔다.

"양국이 타결을 선언한 뒤 몇 가지 미합의 쟁점은 이틀간 더 협의한다"는 게 시한 연장설의 요지였다.

하지만 오후 4시 스티븐 노튼 미 무역대표부(USTR) 대변인이 "데드라인은 그대로"라고 확인했고 청와대도 공식 부인하면서 연장설은 '없었던 일'이 되는 듯했다.

여기에 이날 오후 11시께 미국 백악관 발(發)로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으며 타결이 안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보도가 나오자 결렬 쪽으로 기우는 듯했다.

그러나 협상 데드라인이 점점 가까워오자 연장설은 다시 부각되기 시작했다.

당초 3월31일 새벽(미국시간 3월30일)이란 협상 시한은 미국 의회가 행정부에 무역촉진권한(TPA)을 주면서 서명 90일 전(미국시간 4월1일 일요일)에는 의회에 보고하게 한 데 따른 것이었다.

양국은 시한이 주말임을 고려,당초 금요일을 데드라인으로 잡았지만 타결에 무게중심을 둔다면 주말까진 회담을 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흘러나왔다.

3월31일 오전 7시30분.결국 김종훈 한·미 FTA 수석대표는 브리핑을 갖고 "양국은 당초 배정했던 시한인 3월31일 새벽 1시에서 4월2일 새벽 1시(미국시간 4월1일 낮 12시)까지 48시간을 연장하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김 대표는 "고위급 협의에서 이번 협상이 어디까지 왔는지,또 잔여 쟁점에 대한 입장차가 어느 정도인지 평가한 결과 추가 논의가 유익하고 필요하다는 공통 인식이 있었다"고 연장 배경을 설명했다.


◆마지막까지 속썩인 쟁점들

협상이 '48시간 연장'의 진통을 겪은 것은 양국이 최후까지 △자동차(미국 관세 철폐와 한국의 비관세 장벽 철폐)△농산물(쇠고기 검역 및 관세) △통신(기간통신사업자 지분제한 완화) △투자(투자자·국가 간 소송 대상에서 부동산,조세 정책을 제외) △금융(일시 세이프가드 도입) 등의 쟁점에서 물러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동차의 경우 미국은 한국이 △자동차 관세(8%) 즉시 철폐 △배기량 기준 세제의 철폐 및 자동차 관련 기타 세제의 단일화 △한국만의 인증과 환경기준 등 포기 등에 응할 때에만 '승용차 관세 3년 이내 철폐,픽업트럭 관세 10년 이내 철폐'를 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은 '승용차 관세를 3년 이내가 아닌 즉시 철폐해야 한다'고 요구하며 맞섰다.

농산물은 쇠고기의 경우 한국 입장이 어느 정도 수용돼 5월 국제수역사무국(OIE) 광우병 통제국 판정이 난 후 미국산 수입 위생조건 완화 및 수입 재개 절차를 밟기로 했다.

다만 미국은 이런 사항을 서면으로 보장해주길 끝까지 원했고,한국은 최고위급 선에서 '구두'로 약속하기로 했다.

미국은 특히 통상장관 협상에서 쌀 개방 카드까지 꺼내든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세계무역기구(WTO) 쌀 협상에서 미국이 할당받은 의무수입쿼터를 추가로 확대해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듯 긴박하게 돌아가면서 농업 협상은 '타결'과 '난항'을 오가며 롤러코스터를 탄 듯했다.

민동석 농림부 차관보는 31일 오전 "타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지만 1일 오전에는 "쇠고기와 오렌지,낙농품 등 민감 품목은 서로 연계돼 있는 데다 관세 문제 등 부대조건까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일부 품목이 해결돼도 전체가 타결되기는 쉽지 않다"고 한발 물러섰다.


◆투자 금융 통신도 장관들이 해결

투자 금융 통신 지식재산권 등의 쟁점도 결국 통상장관 회담에서 해결됐다.

투자 분야는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적용 대상에서 부동산 정책과 조세 정책을 빼는 문제를 놓고 끝까지 대립했다.

미국은 셰브론 등 미 업계가 반발하자 당초 긍정적 입장에서 돌아서 마지막까지 강력한 투자자 보호 조항이 필요하다고 고집했다.

미국은 금융 분야의 세이프가드 도입 문제도 '투자자 보호'가 필요하다며 ISD의 대상으로 삼을 것을 강력히 주장했다.

기간통신사업자에 대한 외국인 지분 제한(49%) 완화도 미국이 최후까지 주장한 사안이다.

미국은 기간사업자 간 경쟁 체제 도입이 필요하다며 지분 제한을 풀 것을 주장했으나 한국은 국가 기간 산업으로서의 역할을 강조했다.

송종현/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