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2~3년은 상승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글로벌 유동성 위축 우려 등 굵직한 이슈들이 잠복해 있어 당분간 조정국면을 보이다가 4분기부터 오름세로 돌아설 겁니다."

유병득 SH자산운용 대표(56)는 승자만 살아남는 냉혹한 운용업계에서 20년 가까이 현장을 지키고 있는 '장수' 경영자로 꼽힌다.

삼성생명에서 출발해 주식 채권 해외투자 업무를 두루 섭렵한 뒤 자산운용사 3곳의 대표를 지냈다.

유 대표는 1일 "경기의 상승 반전 신호가 나타나고 있어 주가 재평가 국면이 2~3년 더 이어질 것"이라며 낙관론을 펼쳤다.

"성장률이 4%대로 둔화됐지만 1분기를 저점으로 회복 국면에 진입하고 있으며 글로벌 경기도 2분기부터 점진적으로 나아질 것"이란 진단이다.

상장사들의 이익은 2분기부터 본격 확대돼 올해 분기 평균 17.5%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외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이 여전히 싸다는 인식을 갖고 있으며 증시로의 자금 유입이 이어지고 있는 점도 상승세 지속의 주요 이유로 꼽았다.

특히 국민연금이 5년 내에 60조원어치의 주식을 더 살 예정인 등 기관의 증시 참여가 확대되고 있는 점이 주가를 밀어올릴 것으로 분석했다.

또 지난 한 해 동안 11조원어치를 매도한 외국인이 올해는 매수로 돌아서거나 최소한 중립적인 입장을 보일 것이란 예측도 내놓았다.

그는 "6자회담 진척으로 국가위험도가 낮아져 신용등급 상향이 예상되며 한국증시가 선진지수 포트폴리오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진 점도 외국인 매매에 반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중국 인도 등에 뒤졌던 상장사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이 올해 역전될 것으로 기대되면서 외국인의 발길을 되돌리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본격 상승 시기는 4분기를 꼽았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엔 캐리 트레이딩 자금 청산,중국 긴축정책 강화 우려가 일정 기간 부담으로 작용해 2~3분기엔 조정국면이 이어질 것이란 얘기다.

하지만 이 같은 악재들은 관리 가능한 수준이어서 점차 영향력이 축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유럽 일본 아시아 중남미 경제가 탄탄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미국 기업의 이익도 하반기부터 개선돼 위기 확산을 막아낼 것이란 전망이다.

유 대표는 "2~3분기의 조정국면에서도 1350선은 지켜내고 4분기엔 1600선 근처까지 오를 것"이라며 "조정 때마다 주식 보유 비중을 늘려나갈 것"을 주문했다.

업종별로는 상반기에는 은행 철강 화학 조선 등이 양호한 실적을 바탕으로 오름세를 이어가고 하반기엔 자동차 반도체 등 대형 수출주가 환율과 D램 가격 안정에 힘입어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증권시장이 급성장해 이제 개인투자자들이 기관에 맞서기 어려운 만큼 펀드를 통해 간접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정성이 높은 사회책임투자(SRI)펀드나 인덱스펀드 등에 장기 투자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이다.

< SH자산운용 유병득 대표 >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