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부터 고등학교 선택과목군 중 예·체능이 체육과 음악·미술로 분리되면서 선택과목군 수가 현행 5개에서 6개로 늘어난다.

지금까지는 고 2~3학년 때 음악,미술,체육 가운데 한 과목만 배우면 됐지만 앞으로는 체육이 필수가 되고 음악과 미술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교육인적자원부는 필수 교과목 추가 지정과 수업시간 연장 문제 등을 둘러싸고 논란을 빚었던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개정안을 세 차례 심의한 끝에 이같이 확정했다고 23일 밝혔다.

◆선택과목군 6개로 세분화

개정안에 따르면 고교 2학년 때부터 골라 들을 수 있는 선택과목군이 △인문·사회 △과학·기술 △예·체능 △외국어 △교양 등 5개에서 △국어·도덕·사회 △수학·과학·기술·가정 △체육 △음악·미술 △외국어 △교양 등 6개로 세분화된다.

새 교과과정이 적용되면 학생들은 의무적으로 각 6개 선택과목군에서 1~2과목씩을 골라 이수해야 한다.

교육부는 또 수업시간을 연간 34시간(주당 1시간) 범위에서 학교별로 자율적으로 감축할 수 있다는 내용을 교육과정 개정안에 명문화했다.

새 교육과정은 2009년 초등학교 1~2학년이 되는 학생들부터 먼저 적용되며 2013년(고교 3학년)까지 단계적으로 상급학년으로 확대 적용된다.

고등학교 2학년이 대상인 선택과목군 변경은 2012년에 이뤄진다.

◆예체능은 분리,과학·기술은 유지

당초 교육부는 선택과목군을 5개에서 7개로 늘리기로 했다가 학생과 학부모들의 반발에 부딪치자 6개로 확대하는 절충안을 선택했다.

학습부담을 가중한다는 측면에서 가장 큰 반발을 샀던 예체능 과목군의 분리 방침은 고수하고 과학·기술군만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해 교과과정 개편을 둘러싼 진통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종서 교육부 차관은 "입시 위주의 교육에 몰려 예·체능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예·체능 교육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편이 이뤄졌다"며 "다만 학습부담이 늘어나는 점을 감안해 예·체능 과목의 평가방법을 올해 5월까지 개선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과학·역사 교육 강화

확정된 개정안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부분은 바로 과학·역사 교육 강화다.

교육부는 고등학교 1학년의 과학 수업시간을 주당 3시간에서 4시간으로 1시간 늘리기로 했다.

현재 중·고교 사회과목 안에 포함돼 있는 국사와 세계사를 '역사'로 통합해 별도 과목으로 독립시키고 선택과목으로 '동아시아사'를 신설키로 한 부분도 기존과 달라진 점으로 꼽힌다.

고등학교 1학년의 역사과목 수업시간도 주당 2시간에서 3시간으로 1시간 늘어난다.

◆과학단체 학부모단체는 반발

오랜 산고 끝에 교육부가 교육과정 개정안을 최종 확정했지만 관련 단체들의 반발이 거세 개정안 도입까지 논란이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크게 반발하는 곳은 과학교육 확대를 주장해 오던 과학단체들이다.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고등학교 1학년 과정에서 과학 수업이 1시간 늘어나긴 했지만 고교 2학년 때부터 과학을 한 과목도 선택하지 않아도 대학에 진학할 수 있기 때문에 과학교육의 붕괴가 예상된다"고 지적한 후 "다른 과학기술단체들과 힘을 모아 교육부의 개정안이 철회되도록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반발했다.

학부모 단체들은 수업 부담이 늘어난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의 최미숙 상임대표는 "예·체능군 분리로 학생들의 부담이 늘어나는 건 여전하다"며 "결국 선택과목군 조정이 교사들의 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한 것이었다고밖엔 생각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선택과목군 문제와 별도로 이번 교육과정 개정안 심의과정의 문제점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현재 교육과정심의회 운영위원으로 활동한 교사 및 교수 40여명이 "개정안이 정당한 심의절차를 거치지 않고 결정됐다"며 "그대로 고시될 경우 '무효투쟁'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