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정치적 홀로서기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노 대통령이 참여정부 출범 4주년을 불과 사흘 앞둔 22일 당적 포기라는 마지막 승부수를 띄운 이후의 정치적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당적 포기는 국익을 앞세워 국회를 압박할 수도 있지만 여당이라는 바람막이가 사라짐으로써 정국 주도권을 완전히 상실한 채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할 수 있는 위험 부담도 동시에 안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이번 당적 정리가 각종 비리에 연루돼 '출당'을 요구받은 전직 대통령과는 케이스가 다른 만큼 적극적 통치자로서의 역할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노 대통령도 이날 "비록 당적을 정리하지만 언론의 페이스(pace·보조)에 맞춰 나를 공격하는 것은 대응하겠다.

진보 진영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며 대통령의 권위를 지켜 나가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했다.

비록 당적 포기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지만 당내 갈등의 소지를 해소하기 위한 자발적 탈당이라며 본인의 떳떳함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계 개편 등에 관여하지 않고 개각을 통해 내각의 정치색을 빼면서 국가 장기과제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여·야 대결이라는 소모적인 '정치 족쇄'에서 벗어나 각종 개혁 과제의 입법화를 강력히 추진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당장 내달 초 개헌안 발의가 예정돼 있고 내달 안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체결해야 한다.

상반기 중 전시 작전통제권 전환시기 협상도 마무리해야 하고 남북 정상회담 같은 매머드급 소재도 언제든지 수면 위로 부상할 수 있다.

대선 과정에서도 정치적 활동이 보장된 대통령의 법적 신분을 활용,적극적으로 자기 목소리 내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노 대통령이 각 정당 모두로부터 철저히 소외될 경우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민주당으로부터 어떠한 정책적 협조나 지지를 받지 못하면서 영향력을 완전히 상실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 본인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임기 단축과 같은 특단의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