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당국이 이례적으로 부동산발(發) 금융위기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서 주목된다.

주택가격 급락으로 가계의 채무상환 압력이 가중돼 빚을 제때 갚지 못하는 '가계대출 부실화'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것.한 발 더 나아가 가계부실은 소비심리 및 내수경기 악화로 이어져 중소기업의 연쇄부실 사태를 불러와 금융위기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은 부동산발 금융위기 시나리오를 골자로 하는 '2007년 금융리스크 분석'이라는 책자를 발간해 각 금융회사에 배포했다고 21일 밝혔다.


◆부동산시장 급랭(overkill) 가능성


금감원은 부동산대책의 파급효과가 금년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진단했다.

△1가구 2주택 양도세 50% 중과(1월) △종합부동산세 과표 인상(6월 70%→80%) 등 이미 발표된 대책이 잇따라 시행되면 부동산 시장을 강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작년 말 통화당국의 은행 지급준비율 인상과 최근 금융당국의 주택담보대출 억제(DTI 확대 적용,1인당 1건 제한) 대책 등의 영향도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신감 등으로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가 아직 남아 있지만 각종 대책의 시차적 파급효과를 감안하면 부동산 가격의 급락(overkill)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부동산 가격 하락은 담보가치를 떨어뜨려 가계의 신규차입 여력 감소·채무상환 압력 가중→소비심리 악화→내수경기 위축→중소기업 부실 확대라는 악순환을 불러올 수 있다.

주택대출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로 인해 은행·보험·저축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은 지난해 무려 54조원이나 급증했다.

지난해 주택담보대출 증가액 30조원을 훨씬 웃도는 규모다.

◆가계 빚 상환 부담 가중

금감원은 부동산시장의 급랭 우려에 이어 가계의 빚 상환 부담이 올해부터 가중될 것이라는 점을 우려했다.

2006년 말 현재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217조원이며 연간 이자부담액(금리 연 6.5% 적용)만 14조1000억원에 이른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올해부터는 원금상환 압력이 가중된다는 것.우선 거치기간(2년·3년)이 끝나면서 이자 외에도 원금까지 갚아야 하는 '원리금 분할 상환'방식의 주택대출이 급격히 늘어날 전망이다.

분할상환방식 대출은 2004년 말 39조원에서 2005년 말 69조원,2006년 말 114조원으로 늘어나 은행권 전체 주택담보대출 잔액 217조원(2006년말)의 52.4%에 이른다.

금감원은 투기지역에서 1건 이상의 아파트담보대출이 금지됨에 따라 거치기간 종료나 2건 이상 대출의 상환압박이 커질 경우 부실대출이 증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거치기간을 통상 3년으로 가정하면 전체 114조원 가운데 3분의 1인 38조원가량이 올해부터 원금까지 갚아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의 95%(206조원)가 변동금리부 대출이다.

금리 상승시 가계의 원리금 상환부담이 더 늘어나게 된다.

뿐만 아니라 매달 이자만 내다가 만기에 원금을 갚는 '원금 일시상환 대출'도 2006년 말 기준으로 103조원이다.

이 가운데 3년 이내 만기가 돌아오는 대출은 74조원.금감원 관계자는 "부동산시장 침체로 매매가 이뤄지지 않으면 복수 대출자들이 대출 상환을 위한 기존 주택 처분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이 과정에서 주택 급매물이 쏟아지는 등 대출 부실화가 현실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부동산시장 침체시 뒤늦게 단기차익을 겨냥했던 투기적 거래자,소득능력이 낮은 계층을 중심으로 대출부실 현상이 빚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