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창당 주역 중 한명이자 원내대표와 법무장관 등 여권 핵심 요직을 거친 천정배(千正培.경기 안산단원갑) 의원이 28일 탈당을 선언했다.

천 의원의 탈당은 우리당의 신당논의가 본격화한 이래 임종인(林鍾仁) 이계안(李啓安) 최재천(崔載千) 의원에 이어 4번째이며 이로써 우리당의 의석 수는 135석으로 줄어들었다.

천 의원은 이날 국회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미래지향적 민생개혁세력의 대통합신당을 추진하기 위해 우리당의 품을 떠나기로 했다"면서 "앞으로 각계각층의 뜻 있는 인사들과 협력, 중산층과 서민을 비롯한 모든 국민이 사람 답게 사는 나라를 만들 미래비전과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국민의 뜻을 모아 나가겠다"고 말했다.

여권 대선주자 중 한명으로 거론되는 그의 이같은 언급은 선도 탈당을 통해 우리당 안팎의 개혁세력과 연대해 일정한 정치세력을 형성함으로써 우리당의 해체를 촉진하고 범여권 대통합신당을 만들어 대선에 대비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천 의원은 대통합신당의 참여 범위와 관련, "새 정치세력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노선과 비전, 정책을 따져본 뒤 그 원칙이 (참여 대상에) 적용돼야 한다"며 "과거 전력을 봤을 때 민생개혁세력의 대의에 동참하기 어려운 사람이 예외적으로 있을 수 있으나 사람 중심으로 배제하고 끌어들이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광범위한 개혁적 인사를 모으겠다.

우리당 출신인사도 대상이 될 수 있다"면서 "민주노동당은 우리당을 중심으로 하는 우리와는 노선과 비전이 다른 만큼 민노당과 당을 함께 하는 것은 생각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진로에 대해 많은 분들과 논의했지만 탈당은 개인의 견해를 따르는 게 옳다"면서 "그런 점에서 (탈당은) 제 자신의 독자적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당초 천 의원과 함께 탈당 문제를 협의해온 것으로 알려진 제종길(諸淙吉) 이상경(李相庚) 김재윤(金才允) 안민석(安敏錫) 의원 등은 대통합신당을 만들자는 생각에는 동의하지만 현 시점의 탈당은 명분이 없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염동연(廉東淵) 의원이 30일께 탈당을 결행할 방침이고 김한길 원내대표와 조일현(曺馹鉉) 주승용(朱昇鎔) 의원 등 원내대표단과 강봉균(康奉均) 정책위의장도 탈당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29일 중앙위원회에서 기초당원제로의 당헌개정이 무산될 경우 '탈당 러시'가 현실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우상호(禹相虎)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천 의원의 탈당과 관련, "원내대표까지 지낸 정치 지도자가 개별 탈당을 하는 게 바람직한가 묻고 싶다"며 "우리당은 이런 개별 탈당과는 무관하게 질서 있게 당의 총의를 모아 대통합을 이루는 데 뚜벅뚜벅 걸어가겠다"고 말했다.

친노(親盧: 친 노무현) 직계 당 사수파인 이광재(李光宰) 의원은 영등포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천 의원은 인간적.정치적 도리로 보아 내일 중앙위를 위해 중앙위원들을 설득해야 할 사람"이라며 "전당대회 합의를 통해 대통합신당으로 새로 태어나려는 이 때 탈당은 정치논리에도 맞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서울연합뉴스) 추승호 기자 ch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