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내 개혁성향 초선의원인 임종인(林鍾仁) 의원이 22일 전격적으로 탈당을 선언함에 따라 그동안 지루한 공방과 엄포만 되풀이되던 탈당 논란의 물꼬가 마침내 현실화됐다.

지금까지 통합신당파와 사수파 중 어느 쪽에도 가담하지 않았고 한번도 공개적으로 탈당 가능성을 거론한 적이 없었던 임 의원의 이날 탈당 선언은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진 것이 사실.
또 임 의원이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지지표는 서민과 중산층으로부터 받고 정책은 재벌과 특권층을 대변함으로써 지지자를 배신했다"면서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의 보수화를 탈당의 명분으로 삼고, 새로운 개혁정당의 창당을 주장하고 나선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민주당을 통합신당의 주요한 축으로 상정하고 시민사회세력의 결합을 추구하는 염동연(廉東淵) 주승용(朱昇鎔) 의원 등 호남의원들과 임종석(任鍾晳) 최용규(崔龍圭) 의원 등 재선그룹들의 `좌우통합형 신당' 창당을 위한 탈당론과는 다소 온도차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개혁정당의 창당'을 전면에 내걸고 나선 임 의원의 탈당이 곧바로 당내 상당수의 동조세력을 얻기는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 의원의 탈당은 원심력의 에너지로 충만해 있던 여당이라는 화약고에 불을 댕긴 것과 같은 결과를 가져와 선도탈당의 움직임을 한층 가속화시킬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되며, 우리당의 의석수가 단순히 139석에서 138석으로 줄어드는 것 이상의 정치적 의미를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임 의원 스스로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의 질문에 "우리당은 해체해야 한다.

나는 주삿바늘로 공에서 바람을 빼는 역할을 하겠다"고 밝힌 것 처럼 뇌관의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 중국에서 귀국하는 염동연 의원은 선도탈당 결행 여부에 대한 입장을 어떻게든 밝힐 가능성이 커졌고, 기간당원제 폐지 문제를 재논의하는 29일 중앙위원회 개최에 앞서 탈당할 의원들도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정동영(鄭東泳) 전 의장이 지난 21일부터 이틀간 연일 강경 사수파를 `소수 고립주의자', `모험주의자'라고 비난하면서 29일 중앙위원회 결과에 따라 결단을 내릴 것이라며 탈당을 시사하고 나선 데 이어 김근태(金槿泰) 의장 지지그룹인 민평련 소속 의원들도 탈당 결행을 공개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김근태계인 유선호(柳宣浩) 의원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다른 의원들이 나중에 동참하더라도 내가 먼저 나가서 통합신당을 준비하겠다는 뜻을 민평련 의원들에게 밝혔다"며 "통합신당이 보수 중심으로 흘러서는 안되기 때문에 합리적 개혁진보세력과 미래지향적 안정세력이 좌우 균형을 이루는 신당을 만드는 데 노력하겠다"며 탈당을 기정사실화했다.

문학진(文學振) 의원도 "29일 중앙위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민평련에서도 탈당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많이 형성돼있어 몇몇 탈당하는 의원들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정동영계인 김낙순(金洛淳) 의원도 이르면 금주중 탈당을 결행할 것으로 전해졌고, 천정배(千正培) 의원도 지난 20일 저녁 이계안(李啓安) 의원 등과 만나 탈당에 대한 원칙적인 공감대를 형성한데 이어 최재천(崔載千) 제종길(諸淙吉) 정성호(鄭成湖) 안민석(安敏錫) 김재윤(金才允) 이상경(李相庚) 의원 등과도 접촉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재선그룹들도 금주중 회동을 갖고 탈당 결행 시점과 방법 등에 대한 의견을 조율할 것으로 알려졌고, 신당파 의원들은 이날 오후 비공개 회동을 갖고 대응책을 논의한다.

전당대회의 원만한 개최와 분열없는 통합신당을 주장해온 중도파의 한 재선의원도 "국면이 완전히 달라졌다.

이제는 양극단을 배제해 당내 다수의견을 묶어서 전당대회를 치르고 지도부를 세워 대통합 신당을 진행하는 절차는 현실성이 없어 보인다"고 말해 중도파 역시 탈당에 의한 통합신당 추진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서울연합뉴스) 맹찬형 기자 mangel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