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현대자동차 마케팅팀의 A씨는 지난달 13일부터 판매에 들어간 베라크루즈의 계약자 명단에서 눈에 익은 이름 하나를 발견했다.

설마 하는 생각에 그는 담당 카마스터에게 연락을 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 이름의 주인공은 영화 '왕의 남자'에서 슬픔과 광기에 찬 연산군 역을 훌륭히 소화해낸 영화배우 정진영이었다.

출시 이후 베라크루즈 1호차의 주인공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던 현대차는 정진영에게 1호차를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왕의 남자' '황산벌' '달마야 서울 가자' 등의 영화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펼쳐 배우로서 입지를 굳혔을 뿐만 아니라 TV 시사프로그램 진행자,아동문학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그가 'LUV(럭셔리유틸리티 차량)'를 표방한 베라크루즈의 프리미엄 이미지에 잘 들어맞았기 때문이다.

정진영이 베라크루즈 1호차를 타게 됐다는 소식은 각종 매체를 통해 전파되면서 베라크루즈에 대한 관심을 다시 한번 환기시키는 계기가 됐다.

◆ 1호차에 스타를 태워라

이 같은 '1호차 마케팅'은 현대자동차의 대표적인 스타마케팅 방식이다.

현대차는 신차가 출시되면 1호차 고객을 선정하는 데 심혈을 기울인다.

원래는 첫 계약자에게 1호차가 전달돼야 하지만 사전 예약을 받은 고객 중 신차의 이미지와 컨셉트에 잘 어울리면서 잠재고객층을 파고들기에 적합한 유명 연예인이나 운동선수가 있으면 이들을 1호차의 주인공으로 선정해 차량을 전달한다.

1호차를 유명인사에게 제공하면 신차의 이미지와 컨셉트를 소비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큰 비용 부담 없이 신차의 초기 붐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신형 아반떼가 출시됐을 때는 그룹 신화의 리더로서 연기자로도 활동하고 있는 에릭을 CF모델로 선정하고 1호차를 전달했다.

현대차는 신형 아반떼의 CF모델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사내 여직원 모임을 통한 여론 수렴까지 거쳤다.

그 결과 에릭의 도회적이고 세련된 이미지가 '하이터치 다이내믹 세단'이라는 신형 아반떼의 컨셉트에 가장 잘 어울린다는 결론이 나왔다.

지난해 5월 신형 그랜저(TG)의 1호차는 김영길 한동대학교 총장에게 전달됐다.

당시 이 대학 졸업생들과 재학생들이 김 총장의 관용차(97년식 뉴그랜저)가 너무 낡은 것을 보고 새 차를 사 주기 위해 모금운동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잔잔한 감동을 낳았다.

이 밖에 2004년 3월 출시된 투싼 1호차는 탤런트 이서진에게,2005년 11월에 나온 신형 싼타페 1호차는 축구해설가 신문선씨에게 각각 전달됐다.

◆ '현대차 타 보니…' 스타가 쓴 시승기

최근 현대차는 스타에게 차량을 제공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직접 차를 운전해 본 스타의 시승기를 통해 차량의 성능과 우수성을 알리고 있다.

플라이투더스카이의 멤버 브라이언은 지난 9월 한 일간지에 그랜저 럭셔리의 시승기를 기고했다.

브라이언은 시승기에서 "처음 봤을 때 세련되고 멋진 모습에 외제차인 줄 알았다"며 "승차감과 주행감이 매우 편안하면서도 강력하다"고 밝혔다.

지난 4월에는 야구선수 구대성이 쓴 신형 싼타페 시승기가 언론에 소개됐다.

구대성 선수는 "두세 번의 핸들링으로 앞서가던 차를 제치고 나갈 때는 짜릿한 기분이 들었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결정적인 위기 때마다 팀을 구해내는 그가 싼타페를 탄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싼타페의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가 높아졌다는 후문이다.

현대차는 사회공헌활동과 연계된 스타마케팅도 펼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5월 서울모터쇼 기간 중 가수 강원래를 사회공헌 홍보대사로 위촉하는 한편 국내 최초로 장애인도 운전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NF쏘나타 복지차'를 전달했다.

강원래는 지금도 이 차를 타고 다니면서 현대차가 펼치는 각종 사회공헌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