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상원이 8일 미국의 이라크 침공 전까지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과 이라크 알 카에다 지도자였던 아부 무사브 알-자르카위 및 측근들은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는 미 정보당국의 보고서를 공개해 파장이 예상된다.

상원 정보위는 이날 비밀해제된 2005년 10월의 중앙정보국(CIA) 평가보고서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 보고서는 이라크 전쟁전에 후세인 정권이 이라크내 알 카에다 조직과 어떤 관계도 없었고, 은신처를 제공하거나 이들의 존재를 눈감아 주지도 않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금까지 부시 대통령과 정부내 관리들은 이라크 전쟁 전에 자르카위가 이라크에 있었고 이것이 후세인 정권과 알카에다의 관계를 입증하는 것이라며 전쟁 정당성의 근거로 내세워왔다는 점으로 미뤄볼 때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침공 명분을 약화시킬 수도 있어 이라크 전쟁 논란이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2년간의 걸쳐 작성된 이 보고서가 최근 부시 대통령이 일련의 연설을 통해 이라크에서의 군사적 노력이 테러와의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데 긴요하다고 역설하며 테러와의 전쟁 및 이라크 전쟁을 내세워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중간선거에서 안보이슈를 재점화하고 나선 상황에 발표됐기 때문이다.

선거를 앞두고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정책을 집중 공격해온 민주당은 당장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보고서 공개를 주도한 민주당의 칼 레빈 의원은 이번 보고서를 통해 후세인과 알 카에다를 무리하게 연결시키기 위한 부시-체니 행정부의 오도되고 기만적인 시도들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존 로키펠러 의원도 "대다수 국민들이 이라크가 9.11 공격에서 모종의 역할을 했다고 믿도록 정부가 9.11 직후 국민들의 안보불안감을 악용했다"고 비판했다.

반면, 공화당 소속인 정보위 팻 로버츠 정보위원장은 "전쟁전 이라크 상황에 대한 정보기관 평가가 실패했다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알려진 일"이라면서 민주당 주장은 선거를 앞둔 정치적 공세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도 보고서에 대해 "새로운 게 없다"고 일축했다.

이번에 공개된 보고서는 또 아메드 찰라비가 이끄는 반 후세인 이라크 망명그룹인 `이라크 국민회의'가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이라크전을 유도했는지 등 이 그룹의 역할과 전후 대량살상무기 발견여부 및 후세인과 테러리스트 그룹과의 관계 등에 관해 관련 정보들을 조명하고 있다.

보고서는 전후 확인된 사항들로 볼 때 이라크가 핵프로그램을 재가동하고 있고, 생물무기를 갖고 있으며, 생물무기를 생산할 수 있는 이동시설을 개발했다는 2002년 정보기관들의 보고서는 사실이 아니다고 결론내렸다.

(워싱턴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bings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