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뽕을 투약한 후 환각상태에서 진료를 한 치과의사를 비롯해 대학교수, 대학생, 공무원, 가수, 화가, 주부 등 마약류 사범 399명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마약수사대는 6월12일부터 지난 10일까지 두달 간 불법 마약류 사범 집중단속을 벌여 총 399명을 검거하고 이중 128명을 구속했다고 23일 밝혔다.

검거된 인사 중에는 의사 7명, 대학교수 1명, 대학생 8명, 공무원 1명, 언더그라운드 가수ㆍ화가 등 예술인 8명, 택시 운전기사 15명, 주부 16명, 회사원 20명, 승려 1명 등 다양한 직업 종사자들이 두루 포함돼 있다.

검거된 7명의 의사들 가운데 치과의사 김모(42.불구속)씨는 서울 마포구에서 치과를 운영하면서 지인으로부터 히로뽕 5g을 구입, 작년 4월부터 1년여 간 6회에 걸쳐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평소 자신의 집에서 병원까지 지하철을 타고 다니면서 주로 지하철역 화장실 등에서 히로뽕을 투약한 후 병원으로 출근, 환각상태에서 환자들을 진료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불구속된 미성년자 차모(17)군은 인터넷을 통해 마약거래 사기를 치다 경찰에 적발됐다.

차군은 올 4월부터 7월까지 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마약 판매 카페 6개를 개설한 뒤 카페에 접속한 구매 의향자들을 대상으로 자신을 "20년 간 마약거래를 해온 사람"이라고 속여 17명으로부터 총 950만원을 거래대금으로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결과 오토바이 판매 사기로 입건된 경험이 있는 차군은 마약매매의 경우 구매자가 신분노출 등을 우려해 수사기관에 신고를 하지 못하는 점을 악용, 인터넷을 통한 마약거래 사기를 계획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차군이 개설한 카페에는 100명 이상이 접속, 이중 17명이 실제 거래를 위해 차군에게 송금했으며 이들은 차군과 e-메일, 휴대전화 등으로 연락하며 거래를 했음에도 차군이 10대 청소년이라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범행을 하기 전 미리 마약관련 은어를 모두 익히는 등 치밀한 준비성을 보였다"며 "실제 차군과 전화통화까지 한 구매 의향자들도 차군의 말투와 수법 등이 40대 후반으로 여겨졌다며 미성년자라는 사실에 놀라워했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y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