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영화들이 장악하고 있는 한국 영화계에서 외국 예술영화를 전문적으로 배급해 이례적으로 흑자를 거둔 영화사가 등장했다.

독립영화계의 최대 배급사인 '스폰지'다.

올 상반기에 29편의 예술영화를 선보여 매출 30억원,순이익 6억원을 기록했다.

조성규 대표(38)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순이익을 거둔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대박에 대한 환상은 없습니다.

전체 영화 시장의 5%에 불과한 예술영화 시장에서 꾸준히 작품을 선보일 뿐입니다.

예술영화 시장이 지금은 보잘것 없을 정도로 작지만 소득 수준이 높아질수록 커질 것으로 확신합니다."

사실 한국 영화계에서 예술영화의 개념은 아직 정립돼 있지 않다.

한국 영화와 할리우드 영화를 제외한 '제3세계 영화' 정도로 이해되고 있다.

예술영화의 주 관객층은 문화적 욕구가 강한 20∼30대 대졸 이상 학력의 서울 거주 독신 여성과 마니아층이다.

평균 수입 가격은 편당 3만달러 안팎이며 개봉관 수는 10여개에 불과하다.

스폰지는 히트작 '조제,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2004년)과 '브로큰 플라워'(2005년)에 이어 최근 일본 영화 '메종 드 히미코'로 예술영화로는 대박 수준인 9만2000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스폰지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이유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 덕분입니다.

많은 작품을 지속적으로 배급함으로써 마케팅 비용과 경상비를 절감하는 것이죠.지난 4년간의 경험이 큰 힘이 됐습니다.

게다가 경쟁업체가 거의 없기 때문에 일종의 블루오션 시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스폰지는 해외 마켓에서 제작 단계의 영화들을 선점함으로써 가격을 낮추는 방식으로 영화를 들여온다.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거래하기 때문에 사전 계약의 리스크는 높지 않다.

조 대표를 비롯한 대부분의 직원들이 장기간 한솥밥을 먹으며 고락을 함께 하고 있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예술영화는 그 가치를 아는 사람들만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보석도 모르는 사람에겐 무용지물이듯이,남들은 이해 못하는 세계를 소수의 애호가들이 향유함으로써 존재하는 것이 예술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글=박민호 인턴기자 pmh007@msn.com

사진=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