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인사' 논란으로 야기됐던 증권선물거래소 노동조합의 파업사태가 상임감사 선임안 주총 상정 철회로 파업 돌입 수시간만에 일단락됐다.

이에 따라 증시 마비까지 초래할 수 있었던 사상 초유의 거래소 총파업 사태는 일단 피하게 됐다.

다만 문제가 된 인사의 감사 선임 가능성이 완전히 무효가 된 것이 아닌만큼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다.

◇ 감사선임안건 철회..노조 부분파업 해제 = 증권선물거래소는 25일 오전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상임감사 선임안을 제외한 사외이사 선임안만을 처리했다.

감사 선임안은 추후 이사회를 거쳐 다시 주총을 소집해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감사 후보 가운데 김모(42.회계사)씨를 청와대 낙하산 인사라고 반발하며 이날 부분파업에 돌입했던 거래소 노조는 이에 따라 일단 부분 파업을 해제하고 현업에 복귀했다.

전날 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후보 확정을 연기함에 따라 이날 감사선임은 불가능한 상황이었으나 당초 노조측은 일단 주총이 개회될 경우 별도의 주총 공고 없이 언제라도 감사선임안 처리를 위한 주총의 속개를 결정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 주총 개회 자체를 저지한다는 방침이었다.

이에 따라 이날 오전 250여명의 노조원들이 주총 개최가 예정된 서울사옥 21층 회의실을 비롯해 곳곳의 회의실을 봉쇄하고 물리력을 동원, 주총 봉쇄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거래소측이 감사선임 절차를 이사회 결의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하면서 노조도 이를 받아들여 부분 파업을 철회한 것이다.

◇ 갈등 소지 여전 = 일단 파업은 철회됐지만 감사 인사를 둘러싼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감사 선임 일정이 연기됐을 뿐 문제가 된 김 회계사의 감사 선임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거래소측은 다음 주총 소집을 위해 최소 3일전에 이사회 개최를 결정한 후 이사회에서 주총 개최를 결의해 15일 이상 주총 소집 공고를 해야한다.

다음 주총까지 최소한 18일 이상이 소요되는 것이다.

이 기간 중 후보추천위원회는 위원회를 소집해 감사 후보를 확정할 수 있다.

후보추천위는 감사 선임 일정이 연기된 만큼 새로운 후보를 추천받는 등의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기존 후보추천 과정이 무효화되는 것은 아님을 분명히했다.

그렇기 때문에 청와대 낙하산 인사는 끝까지 저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노조측도 파업은 철회했으나 노조 지도부의 철야 천막농성 등은 이어가면서 사태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이용국 노조위원장은 일단 "이런 상황까지 초래된만큼 문제가 된 김 회계사가 다시 감사 후보로 거론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낙관하면서도 "김 회계사가 감사 후보로 추천된다면 곧바로 다시 강력한 투쟁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근본적으로 불투명한 후보추천 과정에 대해서도 추후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후보추천위원장을 맡고 있는 권영준(경희대) 교수는 "제일 좋은 해결책을 찾기 위해 신중히 결정할 것"이라며 "일단 전날 인터뷰한 후보들에 대한 평가는 유효하며 새 후보를 추천받는 길도 열려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mihy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