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광주 소재 이화전기공업(대표 김동훈)의 연구개발실에는 한 쌍의 베트남 커플이 소프트웨어 개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의 해외 기술인력 도입 지원 사업을 통해 입국한 붕 튜엣 티엔(女)과 르 민 투안(男)이다.

26세 동갑내기인 이들은 베트남의 명문 호찌민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했다.

기초가 탄탄하고 학부 시절 프로젝트 수행 경험도 많다.

티엔의 경우는 베트남 기업에서 4년간 일한 경력도 있다.

최근 국내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티엔과 투안 같은 베트남 IT 인력이 인도 인력 못지 않은 환영을 받고 있다.

정보통신부 산하 KOIVA(IT벤처기업연합회)의 IT CARD(IT 분야 외국 전문인력 도입사업) 통계에 따르면 2002년 1월부터 2006년 6월까지 총 1021건의 고용추천장을 발행했는데 이 중 베트남이 13.9%(142명)로 인도 49.8%(509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올 들어서만 놓고 보면 총 130건의 고용추천장 발급 중 베트남이 40건으로 인도 42건을 바짝 따라붙었다.

국내에 들어온 베트남 인력은 학사 출신에 2~5년차 이상의 현장 실무 경험을 보유한 20~30대가 가장 많고 입국 후 수도권 소재 자본금 30억원 미만의 IT 중소기업 등에 투입돼 일하고 있다.

이들의 강점은 실무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업무 능력과 빠른 문화 적응력,그리고 국내 동급 IT 인력에 비해 저렴한 인건비 등이다.

이화전기공업의 나정훈 연구원은 "티엔과 투안은 예전에 있던 인도인이나 벨로루시인에 비해 음식이나 야근 등 한국문화에 빨리 적응했고 직업의식도 더 강한 편"이라고 말했다.

인도인은 구내 식당에서 밥을 먹지 않고 매일 커리 가루를 싸와 동료들을 난처하게 만들었으며 벨로루시인은 친화력이 좋았지만 1년쯤 지나자 고액의 연봉과 집,차 등을 요구했다는 것.

입사 2년차인 티엔과 투안이 이곳에서 받는 연봉은 2만달러 수준이다.

각종 세금을 떼면 한 달에 받는 돈은 약 150만원.베트남에서 받는 입사 2년차 월급 400~500달러에 비해 세 배가량 많다.

하지만 회사에서 숙식(기숙사)을 해결해주기 때문에 실제로는 세 배 이상 받는 셈이다.

회사도 인건비를 10% 이상 절감한다.

국내에서 티안과 투안 정도의 인력을 구하려면 연봉 2500만~3000만원은 줘야 하기 때문이다.

베트남 인력들도 한국 IT 업체 근무를 선호하고 있다.

문화 차이가 상대적으로 작고 보수가 높은 편인 데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 못지 않은 IT 기술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KOIVA의 IT CARD를 통해 입국한 루 딘 덩(36)과 현 부 호완(29)도 그런 동기로 한국행을 선택했다.

경기도 군포에 있는 이동통신 중계시스템 개발업체인 엘씨텍(대표 이명호)에서 일하고 있는 이들은 처음에는 한국의 야근문화 등이 낯설었지만 지금은 잘 적응하고 있다.

호완은 "베트남에서는 프로젝트 진행 중에도 꼬박꼬박 정시에 퇴근하는데 한국에서는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걸핏하면 밤샘 근무를 한다"며 "한국인들의 일에 대한 열정은 깜짝 놀랄 정도"라고 말했다.

때로는 반대로 베트남 근로자들이 한국 근로자들의 귀감이 되기도 한다.

엘씨텍 관계자는 "야유회나 체육행사에서 야윈 체격의 베트남 직원이 적극적 자세로 좋은 성적을 낼 때나 생산자동화 프로그램을 개발해 생산시간을 단축하는 성과를 올렸을 때 국내 직원들이 자극을 받는 것 같다"며 이들의 근무 성과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지 기자 n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