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 출신으로 이라크 저항운동을 주도해 온 알-카에다 지도자 아부 무사브 알-자르카위(40)와 그의 고위 측근 약 10명이 7일 저녁(현지시간) 은신처인 바쿠바의 한 가옥에서 미군의 공습을 받고 숨졌다.

알-자르카위(40)는 2004년 이라크에서 본격화된 외국인 납치살해 사건을 계기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인물로 그 해 6월 발생한 김선일씨 납치사건의 주범으로도 알려져 있다.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는 8일 기자회견에서 "자르카위가 오늘 바그다드 북동부 50km 지점의 바쿠바 소재 은신처에서 미군 공습으로 최후를 마쳤다(terminated)"고 말했다고 이라크 국영 알-이라키야 TV가 전했다.

국제테러조직인 알-카에다는 8일 한 이슬람 웹사이트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자르카위의 사망 사실을 공식 확인한 뒤 "성전을 계속하겠다"고 경고했다.

말리키 총리는 이라크 보안군이 이 지역 주민으로부터 입수한 정보를 바탕으로 이날 공습작전이 감행됐다고 밝혔으며 이번 작전 과정에 정통한 요르단 정부 관리는 요르단이 미군에 정보를 제공, 자르카위의 추적과 사살에 일조하는 등 미군과 요르단군의 바쿠바 합동작전에 의해 자르카위가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에 배석한 조지 케이시 이라크 주둔 미군 사령관은 자르카위의 은신 관련 정보를 입수한 뒤 2주 전부터 자르카위 은거 지역에서 검거 작전을 펼쳐왔으며 작전 직후 자르카위의 지문 대조 작업을 통해 신원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호시야르 지바리 이라크 외무장관은 AP통신과의 전화 통화에서 자르카위의 육성 비디오 테이프가 공개된 이래 그의 움직임을 면밀히 추적해왔으며 은신처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자르카위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8일 미국과 영국, 호주를 비롯한 대(對)테러 동맹국들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자르카위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뒤 백악관에서 성명을 통해 "자르카위의 사망은 알-카에다에 대한 심각한 타격이자 대테러전에서의 의미 심장한 승리"라고 환호했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자르카위의 죽음으로 이라크내 알-카에다 조직에 타격을 주게 됐으며 이는 전 세계 알-카에다 조직에 대한 타격이다"면서 "이는 매우 기쁜 소식"이라고 환영했다.

미국의 대테러 동맹국인 파키스탄도 알-자르카위의 죽음이 "의미있는 진전"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도 "자르카위의 죽음은 테러조직에 심각한 타격을 주는 것으로 국제사회가 테러와의 전쟁에서 큰 성공을 거둔 것"이라고 말하고 "이는 또 이슬람권을 포함해 전세계가 지속적으로 테러와의 전쟁을 벌여나가는데 힘이 되어 줄 것"이라며 환호했다.

반면, 알-자지라 및 알-아라비야 등 아랍권 TV 방송들은 화면에 긴급기사로 공지된 붉은 배너를 띄우고 자르카위의 사망 소식을 시시각각 보도했으며 인터넷에서는 아랍 네티즌들의 애도의 행렬이 이어지는 등 이슬람권의 반응은 미국과의 관계에 따라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라크내 알-카에다의 성명 발표 창구로 알려진 한 웹사이트에는 자르카위의 사망이 발표되자마자 "이 뉴스가 사실이 아니기를 바란다"는 댓글이 올랐으며, "2억명의 알-자르카위들이 그의 뒤를 따를 것"이라는 글도 등장했다.

이라크 TV방송과 미 ABC방송이 알-자르카위의 사망 소식을 보도한 직후 미국 유가는 이날 오전 7시35분(GMT) 현재 전날보다 85센트 떨어진 배럴당 69.97달러에 거래됐으며, 북해산 브렌트유는 70센트 하락, 배럴당 68.49달러를 기록했다.

(카이로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parks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