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민간임대가 무주택 서민들에게 외면당하다가 유주택자 계약을 허용한 이후 투기 대상으로 변질된 것은 그만큼 서민과 중산층의 격차가 크다는 방증이다.

서민들은 높은 임대료 때문에 당첨되고도 계약을 대거 포기했지만 자금 여유가 있는 중산층은 쾌적한 환경을 찾아 판교로 몰렸기 때문이다.

특히 30평형대에 계약 희망자가 집중됐다.

이 때문에 정부는 앞으로 실수요자를 위한 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한편 기존 임대주택 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실수요 많은데 공급 부족

판교 민간임대 아파트의 경우 12~13년 후 분양전환 가격이 '시세' 기준이어서 투자 가치가 없는 데도 계약자가 폭증한 것은 그만큼 '실수요'가 많다는 증거다.

진원이앤씨 관계자는 "선착순 계약자를 분석해 보니 특히 분당 주민들이 많았다"면서 "판교에서 전세라도 살아 보려는 사람이 이토록 많다는 사실이 놀라울 정도"라고 말했다.

황용천 해밀컨설팅 사장은 "분당은 입주한 지 15년이 넘었기 때문에 노후 아파트가 많은 데다 전셋값도 높은 편"이라며 "따라서 새 아파트 수요가 상대적으로 많은데 정작 갈 곳이 없다 보니 판교 임대주택으로 몰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계약자가 임차 도중 언제든 이사를 나갈 수 있는 점이 부각된 것도 막판 인기몰이의 이유다.

대방건설 관계자는 "임대차 계약을 1년 단위로 맺기 때문에 임차인이 1년 단위로 이사를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유주택자도 거주가 가능하기 때문에 임대주택 평형을 넓혀가는 '지렛대'로 활용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후문이다.

이 과정에서 앞으로 분양전환 가격 인하를 기대할 수도 있다는 소위 '떴다방'들의 바람몰이도 한몫 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무늬만 서민주택' 보완해야

당초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서민 대신 유주택자들이 판교 임대주택을 상당수 차지하게 되자 정부 정책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판교 임대주택의 경우 보증금이 1억6000만~2억5000만원(월 임대료 35만~59만원)에 달해 서민들이 접근하기엔 애당초 무리였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무주택 당첨자 가운데 867가구와 특별공급 대상자(철거 세입자) 134가구가 계약을 포기하기도 했다.

전국임대아파트연합회 관계자는 "집 없는 서민들은 임대료가 비싸 들어가지 못하고 결국 투기 세력들이 임대아파트를 차지하게 된 꼴"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따라 임대주택 공급 대상을 무주택 서민만으로 한정하는 한편 민간업체라도 임대보증금을 철저하게 검증받도록 하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