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강금실(康錦實) 서울시장 후보가 경 쟁자인 한나라당 오세훈(吳世勳) 후보에 대한 공세전략을 수정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강 후보측은 19일 "오 후보의 정수기 광고 문제를 더 이상 제기하지 않고, 사법부의 판단에 맡기기로 했다"며 "이제부터 정책선거전을 펼쳐나가면서 후보들의 자질과 능력, 소신을 적극적으로 점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우리당이 정수기 광고 문제와 관련, 오 후보를 검찰에 고발한 만큼 강 후보 캠프는 사법부의 판단을 지켜보겠다는 것.
그러나 강 후보 캠프 인사들이 며칠 전까지 수세국면에서 벗어나기 위해 집요할 정도로 정수기 광고 문제에 대한 쟁점화를 시도한 사실을 감안한다면 상당히 입장을 선회한 셈이다.

이 같은 입장 변화는 강 후보 본인의 판단과 제안에 따른 것이라는 게 캠프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 관계자는 "강 후보가 최근 캠프 회의에서 `정수기 문제에 대해 물고 늘어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며 "충분히 문제를 제기한 만큼 사법당국의 판단을 지켜보자는 게 강 후보의 입장"이라고 소개했다.

강 후보가 사실상 오 후보에 대한 공세중단을 지시한 데에는 최근 선거판세에 대한 답답함도 일정부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당과 캠프가 후보검증 차원에서 오 후보에 대한 총공세에 나섰지만, 유권자들이 이 같은 공격을 `네거티브 전략'으로 인식하면서 오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는 것.
KBS와 SBS가 16~17일 전국 1만6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오 후보의 지지율은 48.4%, 강 후보는 25.5%로, 지지율 격차는 지난달 30일보다 7.3%포인트 더 벌어진 22.9%포인트로 나타났다.

전날 강 후보가 유세현장에서 기존 정치권과의 차별성을 부각시켰으면서도, 한나라당과 후보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을 삼가는 모습을 보인 것도 이 같은 입장변화 차원으로 이해된다.

강 후보의 한 측근은 "한나라당을 부패권력으로 규정하는 것보다는 강 후보가 법무부장관 시절 부패와 싸웠다는 점을 설명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오 후보와 차별될 것"이라며 "강금실답게 신명나고, 즐겁게 선거를 치르다보면 유권자들에게 진정성을 인정받을 것으로 본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 일각에서는 선거 막판에 강 후보측이 판세를 뒤집기 위해 오 후보에 대한 총공세를 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당의 한 선거관계자는 오 후보가 변호사 시절 수임한 사건 가운데 노사문제에 대해 사용자측 입장을 변호한 사건이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내용을 면밀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필요할 경우 반전카드로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한편 강 후보는 이날 `강따라 사람따라'라는 개념으로 구의동에서 출발해 왕십리와 금호동, 용산, 공덕동, 신촌 순으로 시민들과 접촉한다.

저녁에는 30대 여성 직장인들과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k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