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연일 '부동산 버블(거품)이 꺼질 것'이란 경고를 쏟아내면서 자칫 이 같은 '말 폭탄'이 실제 버블 붕괴를 불러 거시경제 전반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버블 붕괴론'을 부추기기보다는 거품이 있다면 서서히 바람을 빼 부동산 시장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청와대는 지난 15일 인터넷 홈페이지에 '버블 세븐론'을 제기한 데 이어 18일 '강남 부동산 거품 시리즈' 2탄을 내놓았다. '부동산 시장 전망-계속 오르기는 어렵다'는 제목의 이 글은 "강남 부동산 시장이 1990년대 말 벤처 거품을 닮았다"며 "코스닥 열풍이 계속될 줄 알고 은행대출에 사채까지 빌려 올인했던 사람들은 말 그대로 쪽박 신세를 면치 못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글은 또 "강남 집값은 '폰지게임' 같은 상황에 처해 있다"고 진단했다. 폰지게임은 미국에 개발붐이 한창이던 1925년 플로리다에서 찰스 폰지라는 사람이 막대한 배당금을 약속하고 투자자를 모집해 나중에 투자한 사람의 돈으로 먼저 투자한 사람의 배당금을 지불하다가 투자가 끊기면서 들통난 사기극이란 설명도 덧붙였다.

결국 강남 사는 사람들은 은행대출에 사채까지 빌려 부동산 값 올리기에 혈안이 돼 있는 투기꾼이고,버블이 꺼져 쪽박을 찰 것이라는 저주와 다름없는 글이다.

청와대 참모진과 정부 관료들의 잇단 '부동산 버블 붕괴론'엔 경제 전반을 균형있게 관리해야 하는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까지 가세했다.

한 부총리는 이날 정례 기자브리핑에서 "강남 3구의 소득 대비 집값은 18.9배로 과거 버블 붕괴로 집값이 급락했던 1990년대 초의 21.7배에 가까이 가고 있다"며 "이런 거품은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현재의 부동산 버블은 국지적 현상이기 때문에 전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버블 붕괴의 여파를 낙관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정부의 '말 폭탄'이 시장 분위기를 냉각시켜 집값의 경착륙을 초래,거시경제에 심각한 충격이 가해질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최근 집값 하락의 신호가 강남 3구보다는 지방과 수도권 외곽 지역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도이치뱅크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한국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이 당장 부실로 치닫지는 않겠지만 부동산 가격 급락이 과다하게 나타날 경우 거시경제적 문제로 발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은행과 달리 주택담보비율 60% 이상으로 대출을 했던 상호저축은행 캐피털 등 제2금융권은 10~20%의 집값 하락에도 대출금 회수에 나설 수밖에 없어 연쇄적인 매물 증가와 집값 하락을 부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시각이다.

이 경우 은행권도 영향을 받게 되고,결국 경제 전반에 충격이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본부장은 "정부가 일본판 버블 붕괴를 원한다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면 버블붕괴 경고가 아닌 부동산 시장 연착륙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원순·차병석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