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리유니온리조트골프장(파72.6천531야드)에서 개막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진클럽스 앤드 리조트오픈 1라운드의 주인공은 '여제'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도, 단독 선두로 나선 크리스티 커(미국)도 아니었다.

얼굴에 솜털이 보송보송한 13세 소녀 다코다 다우드는 수많은 사진기자와 방송 카메라, 그리고 구름처럼 몰려든 갤러리에 둘러싸인 채 경기를 치러 최고의 스타가 됐다.

그의 출전은 암으로 죽어가고 있는 어머니 켈리 조 다우드가 "딸이 LPGA 투어 무대에서 뛰는 것을 보고 싶다"는 간절한 사연을 지역신문을 통해 알게 된 주최측의 배려 덕이었다.

켈리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남편 마이크와 함께 딸의 경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봤다.

전동카드를 타고 이동하기도 했지만 페어웨이와 그린에서는 갤러리 차단용 로프에 바짝 붙어서서 '잘한다 다코다"라고 열띤 응원을 보냈고 좋은 샷이 나오면 두 주먹을 흔들었다.

아마추어 주니어 무대를 휩쓸고 있는 유망주지만 다코다는 2오버파 74타를 쳐 컷 통과는 다소 어려운 처지.
10번홀(파5)에서 경기를 시작한 다코다는 첫홀에서 세번째 샷을 홀에 바짝 붙여 유일한 버디를 챙겼지만 두차례 3퍼트를 포함해 보기가 3개나 나왔다.

하지만 죽음의 문턱에 가까이 다가서고 있는 엄마의 마지막 소원을 이뤘다는 기쁨에 마냥 행복하기만 했다.

다코다는 "내가 원하는 것은 높은 순위가 아니다"며 "엄마께 내가 이런 멋진 대회에서 경기를 치르는 모습을 보여준 데 만족한다"고 말했다.

어머니 켈리는 "어떤 말로도 이 기쁨을 표현할 수 없다"고 감격스러워 했고 아버지 마이크는 "아침에 집에서 나올 때 하늘에는 무지개가 걸려 있었다"면서 "다코다는 엄마에 대한 사랑을 가슴에 안고 경기를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코다와 동반 플레이를 치른 케이트 골든과 트레이시 헨슨 역시 감동적인 경기였다고 했다.

특히 헨슨은 "나도 어머니를 암으로 잃었다"고 털어놓고 "하느님이 내게 이 아이와 경기를 함께 하도록 해주신 데 감사한다"고 말했다.

다코다의 어머니 켈리는 4년전부터 유방암을 앓아왔으며 최근에는 암세포가 골수와 간으로 번져 약 1개월 밖에 살 수 없다는 시한부 진단을 받았다.

한편 LPGA 투어 사상 최연소 출전자는 지난 1967년 10살 때 투어 대회에 나왔던 베벌리 클래스이다.

(서울연합뉴스) 권 훈 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