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회장의 검찰 소환으로 현대차그룹 비자금 사건 수사가 최대 고비를 맞고 있다.

로비의혹을 제외한 비자금 조성과 기업비리 의혹 조사는 일단락됐지만 금주 후반께로 예정된 관련자에 대한 사법처리 수위 결정을 놓고 검찰이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24일 정 회장 부자의 신병처리 방향에 대해 "고심중이다"고 밝혔다.

"수사팀 내부에서 논의중이다"만 되풀이해온 기존 입장에 변화를 보이고 있는 것. 채 기획관은 특히 "법리적 쟁점 때문에 고심하는 것은 아니다"고 분명히 말해 현대차그룹의 국가경제적 위상과 대외신인도 등이 구속여부 결정에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검찰이 이처럼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는데에는 정 회장의 답변태도와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채 기획관은 "그룹 회장이 비자금이나 기업관련 비리에 대해 소상히 알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 정 회장이 혐의 내용을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날 검찰이 김동진 현대차 총괄부회장과 채양기 현대차 기획총괄사장 등 정 회장의 최측근들을 재차 부른 점이나 기아차 현대모비스 위아 등 3개 계열사의 비자금 조성사실을 추가로 밝힌 대목도 정 회장을 압박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낳고 있다.

다음은 채 기획관과의 일문일답.

-정몽구 회장에 대한 조사 내용은.

"비자금 조성, 경영권 승계 비리 등이 포함돼 있다."

-정 회장의 답변 스타일은 어떠한가.

"일반론을 말하자면 비자금 조성이나 기업 관련 비리는 기업 경영하는 입장에서 굉장히 중요한 일 아닌가.

회장이 중요한 의사결정을 해 왔다고 하는데 그런 일을 모른다고 진술한다면 납득이 안 가는 것 아닌가."

-현대모비스와 기아자동차, 위아에 대해서도 비자금 수사를 하는 것인가.

"그렇다."

-모비스 등에 대한 수사는 최근 들어 시작했나.

"압수물 분석에서 단서가 나왔다.

그러나 압수수색 등 전면 수사는 안 한다."

-예전에 현대차 본사와 글로비스, 현대오토넷으로 수사 대상을 한정한다고 하지 않았나.

"현대차 본사의 압수물 중 비자금과 관련된 부분은 (다른 회사에 대한 것도) 조사해 왔다.

각 계열사의 비자금이 현대차 본사로 모였을 것 아닌가."

-모비스 등에 대해 전면 수사 안 하는 것은 경제적인 파장을 고려한 것인가.

"그렇다.

단서가 포착된 범위에서 수사했다."

-또 다른 계열사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은.

"없을 것 같다.

기업 입장을 최대한 배려하면서 수사하고 있다."

-모비스 등에 대한 수사도 이번 달 안에 마무리되나.

"그렇다.

이번 달 안에 비자금 관련자들에 대한 구속 여부를 결정하고 5월 중순경 기소할 방침이다."

-기업 입장을 배려한다는 원칙이 신병처리에도 반영되나.

"신중하게 결정하겠다."

-언론 보도가 정 회장의 구속을 많이 점치고 있는데.

"기사 쓰는 것은 자유다.

책임지는 것도 자유다.

신병처리에 대해 고심 중이다."

-신병처리를 일괄결정 하는 날은 정해졌는가.

"금주 중반은 어렵고 후반이 될 것이다."

김병일·유승호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