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회장 대검청사 출두 현장
5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비자금 조성과 계열사의 부채 편법 탕감을 지시한 혐의 등에 대해 조사받기 위해서다.
정 회장은 검찰의 소환통보 시각인 오전 10시보다 약 5분 이른 9시55분께 02오 4146번 검은색 에쿠스 리무진을 타고 대검 청사 정문을 통과했다.
정 회장은 평소 전용차로 2925번과 4146번 에쿠스 2대를 이용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임원 1명이 경비실 앞쪽 공간에 주차한 승용차 오른쪽 뒷좌석 문을 열자 정 회장은 천천히 차에서 내려 임원들과 가벼운 인사를 나눴다.
진회색 줄무늬 양복에 흰색 와이셔츠, 남색 물방울무늬 넥타이를 맨 정 회장은 대검청사 민원실로 향하는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18개의 계단을 오르는 동안 정 회장은 양 옆에 늘어선 취재진을 흘끔 쳐다보면서 곤혹스러워하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정회장의 표정은 잔뜩 굳었으며 시선은 아래 쪽 계단으로 고정됐다.
계단을 모두 오른 정 회장을 향해 100여 대의 카메라 플래시 세례가 약 10초 간 계속됐다.
이어 기자들 3~4명이 정 회장에게 다가가 소감을 묻자 정 회장은 "국민들한테 죄송합니다.
검찰에서 성실히 답변하겠습니다"라고 짧게 답변했다.
그러나 정 회장은 "비자금 조성을 지시한 사실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는 따로 대답하지 않고 청사 안으로 천천히 걸어들어갔다.
이날 정 회장 소환 현장에는 100여명의 취재진이 오전 9시 이전부터 취재를 위해 치열한 자리다툼을 벌였으며 안전을 위해 100여명의 경찰 병력도 청사 곳곳에 배치됐다.
나흘 전 아들 정의선 기아차사장이 소환되던 날은 구름이 잔뜩 끼고 음산한 날씨였던 데 반해 이날은 화창하고 온화한 날씨를 보였다.
그러나 서울 전역을 뒤덮은 황사 탓에 정 회장이 소환된 서초동 일대는 뿌연 먼지로 뒤덮여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현대차그룹의 앞날을 떠올리게 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성현 기자 eyebrow7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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