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가족과 스승의 소중함을 느끼는 달. 영화계는 4월부터 휴먼 드라마로 가족 관객을 불러모을 태세다.

5월 블록버스터, 6월 월드컵에 앞서 개봉하려는 영화들이 많은 까닭에 이들 영화 역시 4월에 전진 배치됐다.

가족의 사랑을 느끼게 하거나 스승의 은혜를 생각하게 하는 영화, 그리고 온 가족이 함께 볼 만한 영화를 소개한다.

휴먼 드라마는 자칫 통속적인 내용으로 만들어질 수 있으나 배우들의 호연이 별다른 비판 없이 극에 몰입하게 만든다.

동물을 소재로 하거나, 동물과의 교감을 통해 사랑을 전하는 영화가 꽤 등장하는 것도 눈에 띈다.

4, 5월 만날 수 있는 가족 영화를 살펴본다.

◇ 가족 영화

▲마이캡틴, 김대출 = 아버지의 부재가 오히려 아버지의 존재를 새삼 확인시킨다.

아버지 없는 어른과 아버지 없는 두 아이들의 공감대가 가슴 뭉클하게 전해져 오는 작품. 시한부 삶을 사는 아들을 둔 어머니의 절절한 모성도 가슴 아프다.

연기 잘하는 배우 정재영과 남지현, 김수호 두 아역 배우의 호흡이 볼 만하다.

아버지를 고발해 감옥에 보낸 도굴꾼 김대출이 아버지가 평생토록 찾던 여래불상을 훔친 후 외할아버지와 사는 지민이에게 이를 맡기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지민이가 숨겨놓은 불상을 병오가 갖고 가 내놓지 않자 김대출이 아이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놀이공원도 가고 신발도 사준다.

김대출은 점점 더 살갑게 다가오는 아이들을 느끼게 된다.

김대출 역시 돈이 없어 새 신발을 망쳐놓고 주인에게 헐값으로 사는 장면은 웃기지만 아프다.

마지막 부분 정재영의 연기는 압권. 20일 개봉.

▲드리머 = 발이 부러져 더 이상 경주에 나갈 수 없는 경주마 소냐도르가 흩어졌던 가족에게 울타리를 만들어 준다.

다코타 패닝의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연기력과 함께 커트 러셀의 인상적인 연기, 나머지 조연배우들의 완숙한 연기가 뻔한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만든다.

부모들에겐 자식에게 과연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 반성하게 하고, 부모의 전폭적인 도움으로 물질적인 욕구에 물들어 있는 아이들에게는 진정한 꿈이 뭔지 생각하게 한다.

부상한 경주마 소냐는 크레인 목장에서 정성껏 보살펴진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사이가 좋지 않다.

케인은 소냐를 살피며 가족이 다시 뭉치는 걸 느껴 반드시 소냐를 경주에 내보내고 싶어한다.

뻔한 이야기지만 마지막 소냐가 질주할 때 객석에서는 박수가 터져나온다.

상영중.

▲맨발의 기봉이 = 전체관람가 등급을 받았다.

그만큼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다는 뜻. 세월이 지날수록 어렵게만 생각되는 '효(孝)'를 정겹게 담았다.

'가문의 위기:가문의 영광2'에서 코믹 연기를 선보인 후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숨겨진 '끼'를 발휘했던 신현준이 40살임에도 8살 지능에 멈춰져 있는 기봉이를 연기했다.

KBS '인간극장'의 '맨발의 기봉씨'를 영화화해 현실적이면서도 극적인 장치를 풀어놓았다.

최근 절정의 희극 연기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김수미가 '전원일기' 때보다 더 나이 들고, 순박한 어머니 역을 맡았다.

어머니 틀니를 사주기 위해 마라톤에 도전하는 기봉이 이야기. 동네에서 얻어온 음식이 식기 전 어머니에게 가져가기 위해 늘 맨발로 뛰는 기봉이에게 붙여진 별명이 영화 제목이 됐다.

김수미-신현준은 '가문의 위기'에 이어 또 한번 모자지간으로 나온다.

27일 개봉.

▲호로비츠를 위하여 = 엄마 같은 스승과 아들 같은 제자의 이야기. 피아노 신동과 아이의 재능을 알아본 학원 강사가 가슴으로 만나는 과정을 그린다.

모차르트를 닮은 신동 윤경민을 연주한 아홉살 신의재 군은 진짜 피아노 천재. 수많은 콩쿠르에서 1등을 차지했으며, 제작보고회 때도 영화 O.S.T 곡을 능숙하게 쳐냈다.

피아노를 못 치는 영화 도입부가 더 어려웠을 정도라 한다.

피아니스트가 되지 못해 열등감이 있는 지수는 변두리 피아노 학원을 운영한다.

어느 날 피아노에 천부적 재능을 가진 천덕꾸러기 경민을 발견한다.

경민을 통해 자신의 꿈을 이루려는 지수는 경민에게 모든 것을 쏟아붓는다.

'호로비츠'는 러시아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호로비츠(1904-1989)를 지칭한다.

언제나 노력하는 연기자 엄정화의 관록 붙은 연기와 함께 '달콤, 살벌한 연인'으로 호평 받은 박용우도 만날 수 있다.

5월25일 개봉.

▲에이트 빌로우 = 이미 6일 개봉한 데다 개봉관도 많지 않으니 보려면 서둘러야 한다.

8마리의 개를 통해 인간들은 우정과 의리, 생에 대한 집념과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

1983년 개봉된 일본 영화 '남극 이야기'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다카구라 겐이 주연을 맡았던 '남극 이야기'는 일본 남극 탐험대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지질학자 데이비스가 운석을 찾기 위해 탐사대원, 썰매개들과 함께 남극 탐사에 나선다.

잘 훈련된 8마리의 개 덕분에 대원들은 목숨을 구하고, 개들에게 언젠가 다시 돌아올 것을 약속하며 부상자들과 함께 데이비스는 남극을 떠난다.

데이비스가 다시 돌아오기까지 175일 동안 썰매개들은 데이비스의 약속을 믿으며 생존이 불가능한 남극에서 처절한 사투를 벌인다.

◇애니메이션

▲빨간 모자의 진실 = 잘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이 모두 그렇지만 이 영화는 특히 어른들이 봐도 쏠쏠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동화 '빨간 모자'를 비틀어보기도 했지만 '매트릭스' '미션 임파서블2' '미녀 삼총사2' 등 어른들이 즐겨 봤던 영화의 패러디 장면이 많아 어린이들은 오히려 생경하게 생각할 수 있기 때문.
동화 '빨간 모자'를 범죄 스릴러(?)로 재탄생시켰다.

산골마을에 요리책이 잇달아 도난당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누가 할머니의 귀한 요리책을 훔쳤는지 4명의 화자를 중심으로 풀어나간다.

김수미, 강혜정, 임하룡, 노홍철 등 더빙에 참여한 배우들도 쟁쟁하다.

6일 개봉해 첫 주 국내 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아이스 에이지2 = 2002년 개봉돼 큰 인기를 누렸던 '아이스 에이지'의 속편. 미국에서는 올해 첫 입장수입 1억 달러를 돌파한 영화로 기록될 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언제나 진지한 매머드 매니, 수다쟁이 나무늘보 시드, 물만 보면 겁쟁이가 되는 호랑이 디에고 등 주요 캐릭터들이 그대로 나온다.

단 한마디 대사 없이 영화의 주요장면을 책임지는 다람쥐 스크랫도 반갑다.

지구온난화 현상으로 빙하가 녹아내리면서 평화롭고 즐겁기만 했던 빙하시대 동물들에게 위기가 닥친다.

전편에서 종족을 잃어버렸지만 여전히 어딘가 자신의 종족이 살아남아 있을 거라 생각하는 매니 앞에 자신을 주머니쥐라고 착각하는 엘리가 나타난다.

동물들의 희망과 용기가 인간에게 교훈을 주는 작품. 20일 개봉.

▲와일드 = 디즈니가 올해 두번째 선보이는 동물 애니메이션. 뉴욕 동물원에 사는 5총사가 실종된 어린 사자를 찾아 야생의 세계로 떠나는 모험담을 담았다.

동물원에서 스타인 아빠 샘슨과는 달리 자신은 초라하다고 생각하는 어린 사자 라이언이 우연한 사고로 동물원 밖으로 나가 실종된다.

샘슨과 다람쥐 베니, 코알라 나이젤, 기린 브리지트, 아나콘다 래리가 동물원을 탈출해 라이언을 구하려다 라이언을 태운 컨테이너가 실린 화물선이 정박한 무인도에까지 이른다.

작년 개봉된 '마다가스카'의 설정과 '니모를 찾아서'의 기본 구조가 비슷하다.

20일 개봉.

(서울연합뉴스) 김가희 기자 ka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