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일요일인 26일 전격적으로 현대·기아차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대선자금 수사에 이어 재계에 또 다른 핵폭풍이 몰아닥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IMF(국제통화기금) 위기 시절 단행된 정부의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부실기업 헐값매각 등의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는 점에서 김대중 정부의 구조조정 작업 전반이 도마에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특히 당시 '금융계의 마당발'로 통했던 인베스투스 글로벌 김재록 전 회장이 이번 의혹의 핵으로 자리잡으면서 그와 밀접하게 관련된 경제부처 고위관료 및 은행장들이 잇따라 소환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이날 "김재록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현대·기아차그룹 계열사인 자동차 운송회사 글로비스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그룹의 사업관련 청탁 대가로 수십억원을 전달한 단서를 포착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번 압수수색이 1998년 현대차의 기아차 인수과정과는 무관하다며 현대·기아차그룹에 대한 본격 수사는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김씨가 당시 기아회생 경영혁신단 전략기획 이사를 맡았던 점으로 미뤄 이 부분에 대한 수사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검찰은 또 이번 현대차 로비의혹 대상이 "정부와 관련된 사업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IMF체제 때 단행된 정부의 부실기업 매각과 관련된 경제부처 고위관료들도 소환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검찰의 이날 조치를 5·31 지방선거와 연결짓는 '음모론'적 시각도 있다. 김대중 정부 핵심 인사들의 비리의혹을 제기함으로써 호남권 표심을 민주당에서 여권으로 가져올 수 있다는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검찰은 지난 24일 신동아화재 인수 등과 관련한 알선수재 혐의로 김씨를 구속한 데 이어 이틀 만에 현대·기아차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검찰 수사가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느낌이다. 검찰은 "수사의 초점은 김씨 배후다. 현대차 압수수색은 김씨 수사의 한 가지에 불과하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