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신도시 민간 분양·임대 아파트의 분양승인 지연으로 청약 일정의 일대 혼란이 불가피해진 가운데 성남시와 10개 민간업체들은 휴일인 26일 비공식 협의를 가졌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날 협의에서 성남시는 민간업체들이 제시한 평당 1190만원대의 수정 분양가에 대해 '여전히 너무 높다'며 인하를 주장한 반면 건설업체들은 손해를 감수하지 않는 한 분양가를 더 이상 낮추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맞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양측은 27일 공식 협상을 재개할 방침이지만 적정 분양가를 둘러싼 의견 차이가 워낙 커 절충점을 찾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업체들은 특히 성남시의 분양가 인하 요구에 대해 "손해 보면서 장사할 수는 없다"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세여서 협의는 난항이 예상된다.


성남시가 오는 29일 오전까지 분양 계획을 승인,이날 입주자 모집 공고가 나지 않을 경우 판교 동시분양 자체가 물 건너가게 돼 청약 대기자들이 이중 청약 등 혼란을 겪게 될 수밖에 없어 '판교 청약 대란'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비공식 협의 성과 없이 끝나


성남시는 이날 10개 민간 임대·분양업체들과 비공식 모임을 갖고 적정 분양가와 임대료에 대해 사전 조율을 벌였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신현갑 성남시 도시주택국장은 "업체들과의 비공식 모임은 암반 공사비,기본 건축비 등 분양가 산정 요인에 대한 보충 설명을 듣는 차원이었을 뿐 구체적인 합의를 이끌어내는 자리가 아니었다"며 "아직 업체들이 내놓은 분양가 수정안의 검토 작업이 끝나지 않아 시의 입장이 명확하게 서 있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성남시는 지난 24일 분양 아파트에 앞서 민간 임대아파트에 대한 분양 승인을 내줄 방침이었지만 이미 임대 아파트의 청약 일정이 뒤틀려진 만큼 임대·분양아파트 공급 계획을 동시에 승인하겠다는 방침이다.



◆'암석지반 공사비'가 막판 쟁점


27일 분양승인 협의에서는 분양가와 임대료 산정에 포함되는 '암석지반 공사비'가 막판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10개 업체들 가운데 8개 업체는 사업 부지에서 암석 지반이 발견돼 아파트 골조 공사를 시작하기 전에 암석을 제거하는 공사가 필요해 건축비를 평당 10만~20만원 정도 늘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지만 성남시는 건축비가 '너무 높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민간업체들은 처음 성남시에 제출한 평당 1230만원의 분양가 가운데 평당 30만~40만원을 각각 '암석지반 공사비'로 책정했다가 성남시의 인하 요구로 지난 22일 낸 분양가 수정안(평당 1190만원)에는 이 공사비를 절반 수준인 평당 10만~20만원으로 낮췄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성남시가 제시하는 암반 공사비는 고속도로 공사에나 적용되는 ㎥당 7000원꼴 수준"이라며 "지하층을 파지 말고 그냥 암석 위에 집을 지으라는 말과 마찬가지"라고 반박했다.



◆27일 협의 무산 땐 '청약 대란' 우려


건설업체들이 29일까지 성남시의 분양 승인을 받지 못할 경우 이미 청약 일정이 연기된 민간 임대아파트에 이어 다음 달 3일로 예정된 민간 분양아파트 청약도 순연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성남시와 업체가 공식 협상을 재개하는 27일 협의가 판교 분양의 전면 차질 여부를 결정 짓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29일' 시한을 맞추기 위해서는 이날 협의에서 양측의 입장 조율이 어느 정도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건설업체 관계자는 "성남시가 29일까지 분양 승인을 내주지 않을 경우 주공아파트와 민간 분양·임대 아파트의 당첨자 발표일이 각각 달라져 동시분양 자체가 무산될 수밖에 없다"며 "현재로선 성남시와의 입장 차이가 워낙 커 협상이 제대로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