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연장을 앞둔 로버트 러플린 KAIST 총장이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몰렸다.

교수협의회가 총장의 계약 연장에 89%가 반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한 데 이어 3만여명의 회원을 보유한 KAIST 총동창회에서도 '심사숙고 해 달라'는 입장을 표명, 사실상 반대의사를 밝혔다.

22일에는 학장 4명 가운데 3명이 보직사퇴서를 제출하고 추후 교수들의 줄보직 사퇴가 거론되는 등 안팎의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여기에 400여명의 교수 가운데 300여명으로부터 계약연장 반대서명을 받은 교수협의회가 23일 기자회견을 통해 다시 한번 러플린 총장의 계약 연장에 반대하는 뜻을 밝힐 예정이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러플린 총장 취임 이후 긍정적인 면이 있지 않느냐'며 계약연장을 옹호하던 목소리들은 KAIST 안팎에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면서 상대적으로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KAIST의 한 교수는 "학교의 주요 구성원인 교수 절대 다수가 반대하거나 등을 돌린 상태여서 권위를 잃은 총장은 더이상 학교를 이끌 수 없는 것 아니냐"며 "학교가 이 문제로 계속 시끄럽지 않고 빨리 매듭지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러플린 총장의 리더십이 이번 계약 연장 논의 과정에서 커다란 상처를 입었다는 이야기다.

계약연장을 희망해온 것으로 알려진 러플린 총장은 교수들의 초기 반대 움직임에 대해 '개혁과 반개혁'으로 표현했으나 최근에는 이와 관련해서는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이현경 총장 수행비서는 "총장으로부터 '이사회측에서 입장을 표명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 달라는 부탁이 있었다'고 들었다"며 "할 말은 많지만 당분간 사태추이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러플린 총장의 계약연장문제는 과기부가 이사회 결정을 존중하겠다고 입장을 정리한 상태여서 현재 진행 중인 '총장 업적 검토 소위원회'의 최종 판단이 결정적으로 작용할 여지가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총장의 재임 중 업적에 대한 종합평가작업을 진행 중인 소위원회는 이달 말 최종 결과를 이사회에 정식 보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04년 노벨상 수상자라는 화려한 명성과 함께 취임한 러플린 총장은 오는 7월14일 2년 임기만료가 예정돼 있으며 이사회가 계약연장에 반대하지 않으면 임기는 자동으로 2년 연장된다.

(대전=연합뉴스) 조성민 기자 min36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