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파 태극전사들이 독일 월드컵축구 본선을 채 석 달도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서 큰 위기를 맞고 있다. 독일 분데스리가의 안정환(30.뒤스부르크), 차두리(26.프랑크푸르트), 잉글랜드 챔피언십리그(2부)의 설기현(27.울버햄프턴)이 그들이다. 월드컵 엔트리에 들 것으로 예상되는 유럽파 6명 가운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박지성(25.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영표(29.토튼햄)와 터키 슈퍼리그의 이을용(31.트라브존스포르)은 태극호의 '부름'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소속 팀에서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안정환, 차두리, 설기현을 놓고 딕 아드보카트 대표팀 감독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21일 유럽에서 돌아온 직후 공항 인터뷰에서 '유럽파라는 이름값 만으로 엔트리에 포함시킬 수는 없지 않느냐'는 질문에 "세 선수가 계속 경기에 나오지 못한다면 (엔트리 포함 여부를) 고려해봐야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언급은 현지에서 직접 유럽파들의 플레이를 점검하려던 아드보카트 감독의 당초 계획이 틀어졌기 때문에 나온 것으로 보인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설기현과는 열흘 간 연락을 주고받으며 출전 여부를 체크했지만 설기현은 지난 주말까지 7경기 연속 결장했다. 물론 설기현은 피부병 때문에 정상 컨디션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해야겠지만 팀내에서 입지가 좁아졌다는 점도 부인하기는 어렵다. 네 경기 연속 교체 멤버로 출전한 안정환도 아드보카트 감독이 관전하러 간 지난 19일 프랑크푸르트전에서 이렇다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팀이 2-5로 대패한 경기라 제약이 많았겠지만 아드보카트 감독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차두리 역시 이날 경기에서 벤치를 지켰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지난 1일 앙골라와 평가전에 안정환과 차두리를 소집하지 않았다. '소속 팀에 전념하라'는 배려 차원이었다. 그러나 이들이 소속 팀에서 확실한 주전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 국내파 또는 J리거와 경쟁에서 점점 밀리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반면 안정환과 중앙 포워드 자리를 놓고 포지션 경쟁을 펼칠 조재진(25.시미즈)은 J리그에서 3경기 연속골을 터뜨리며 상종가를 치고 있다. 안정환과 설기현은 중앙 포워드와 윙포워드 포지션이라 국내파.J리거의 선수층이 다른 자리보다 훨씬 두텁다. 하지만 아드보카트 감독은 이들의 엔트리 제외 가능성에 대한 속단을 경계했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서 보여준 활약과 유럽 리그가 K-리그보다는 수준이 높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정환, 차두리, 설기현이 '시련의 계절'을 이겨내고 독일행 열차에 탑승할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영종도=연합뉴스) 옥 철 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