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이 3년 임기를 채우고 9일 대학교수의 신분으로 되돌아갔다. 강 위원장은 평소 '경제 검찰의 수장'이라는 표현을 싫어했다. 대신 '시장경제의 파수꾼'으로 불러달라고 틈날 때마다 요청했다. 공정위에 '기업의 발목을 잡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덧씌워지는 건 억울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정작 공정위의 칼날이 겨눠졌던 대기업들은 '발목이 제대로 잡혔다'며 3년 내내 볼멘소리를 냈다. 강 위원장이 학자 출신으로는 처음 공정거래위원장에 임명된 것은 외환위기의 여파가 아직 가시지 않았던 2003년 3월.기업 구조조정의 혼란 속에서 그는 항상 참여정부 재벌 정책의 중심에 서 있었다. 곧 '재벌개혁의 전도사'라는 별칭이 따라붙었다. 취임 첫 해인 2003년 10월 출자총액제한제도를 손질한 것을 비롯해 재벌 총수의 과도한 지배력 행사 방지와 소액주주의 권리 향상 등 기업의 내·외부 견제장치를 마련하는 데 주력했다. 다음해인 2004년에는 대기업의 반발을 무릅쓰고 대기업 금융보험사가 보유한 계열사 주식의 의결권 행사 범위를 축소하도록 공정거래법을 개정했다. 강 위원장의 이런 정책에 대기업들은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외국 투기자본의 공격을 막아낼 방도가 없다는 푸념도 빗발쳤다. 적지 않은 전문가들로부터는 출자총액제한제도 등 기업가 정신을 옥죄는 정책이 기업의 설비투자를 위축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지주회사 지상주의'에 빠져 기업의 지배구조를 획일적으로 재단하고 구조조정본부 등을 끊임없이 압박한 것도 유연성이 부족했던 부분으로 평가받았다. 강 위원장은 재벌정책과 함께 기업들의 카르텔(담합) 관행을 깨는 데도 힘을 쏟았다. 유선통신 아파트분양가 굴삭기 밀가루 시멘트 등 각 업계에 만연해 있던 카르텔을 '시장경제의 제1의 적'으로 규정하고 강력하게 대응했다. 작년엔 마이크로소프트(MS)라는 '공룡'도 공정위의 제재를 피해가지 못했다. 임기 내내 각종 논란의 진원지였던 강 위원장.그는 그동안의 고충을 "지난 3년 동안 가장 뼈저리게 느낀 것 중의 하나가 경쟁당국은 외로운 존재라는 점"이라는 말로 대신했다. 공정위는 이날 강 위원장의 퇴임으로 후임이 결정될 때까지 강대형 부위원장 체제로 유지된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