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의 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양극화 해소'를 핵심 키워드로 하고 있다.


주제 자체는 지금껏 숱하게 거론돼온 정치권의 `단골메뉴'이지만 추상적 구호 수준을 넘어 한층 구체화되고 명료한 형태의 실천해법을 제시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이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양극화 해소를 위한 사회적 공론화의 필요성을 제기한데 대해 여당의 원내사령탑으로서 입법부 차원의 `화답'을 내놓았다는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지방선거에서 대선으로 이어지는 향후 정치일정을 앞두고 `서민.중산층 정당'이라는 당의 정체성을 다시 세움으로서 지지층을 재결집하고 바닥으로 추락한 당의 지지율을 회복하겠다는 여권 지도부의 의지도 내포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원내대표는 "경제적 사회적 양극화의 해소를 위해 모든 정책역량을 집중하겠다"고 역설하고 연설문의 80% 이상을 양극화 해소에 할애했다.


김 원내대표가 먼저 운을 뗀 우리 사회의 양극화 진단 결과는 한마디로 `중증(重症)'이다.


아무리 지표상의 경제상황이 호전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일자리, 주택과 토지, 교육 분야에 걸쳐 만연하고 있는 양극화 구조가 방치된다면 우리 사회는 분열과 갈등의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란게 그의 진단이다.


김 원내대표는 "양극화 문제를 방치하할 경우 사회적 통합은 큰 위기에 봉착하고 말 것"이라며 "양극화 현상이 저출산 고령화 추세와 겹쳐 우리사회의 미래를 어둡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진단 위에서 김 원내대표가 제시한 해법은 가히 `백화점식 처방'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폭이 넓으면서 구체화된 형태를 띠고 있다.


무엇보다도 김 원내대표는 일자리 창출이 양극화 해소의 최대 지름길이라는 점을 천명하고 민간기업을 중심으로 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확약했다.


올해 정부가 목표한 일자리 40만개중 80%인 32만개를 민간기업에서 만들어내고 중소기업 창업과 공장짓는 절차를 선진국 수준으로 간소화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김 원내대표가 국회 계류중인 비정규직 보호3법 심의가 지연되고 있는 것을 `직무유기'라고 비판하고 회기내 처리를 위해 여야 각당의 대승적 타협과 결단을 촉구하고 나선 것 역시 일자리 양극화 해소를 겨냥한 대목이다.


김 원내대표가 제시한 양극화 해법의 하이라이트는 `주택'과 `교육' 분야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집 장만의 어려움을 덜기 위해 `실수요자 중심의 청약제도 개선안'을 6월말까지 마련하고 올해안에 수도권 지역 6만3천호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11만호를 짓는 한편 소득수준에 따라 임대료를 차등하겠다고 밝혔다.


또 전문대학생에 대한 근로장학제도(Work Study)를 전국규모 확대로 실시하고 대학등록금을 신용카드로 납부할 수 있게 하거나 현금으로 분할납부할 수 있게 해줌으로써 학비부담을 덜어주는 방안도 제시했다.


그러나 이번 대표연설의 최대 방점은 양극화 해소의 `재원조달'에 놓여있다.


양극화 해소에 드는 천문학적 비용을 결코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터는' 방식으로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천명하고, 그 대신 나라 돈의 방만한 재정지출 구조를 혁신하고 공평과세를 통해 재원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는 한나라당이 양극화 해소 재원조달을 놓고 `증세' 주장을 펴고 있는데 대해 분명한 `선'을 그으면서 논점을 전환하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원내대표가 이날 연설에서 제시한 양극화 해법이 전체적으로 `지방선거 공약'의 성격이 강해 어느정도 실천력을 담보하고 있는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기자 rh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