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환율 연일 속락…세자릿수 진입 초읽기
원·달러 환율이 사흘 연속 하락하며 장중 한때 1002원 선까지 떨어졌다.

이에 따라 조만간 '1달러=1000원' 선이 무너질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원60전 하락한 1005원40전에 마감됐다.

지난해 6월9일(1004원20전) 이후 최저치다.

장중 한때 1002원30전까지 떨어졌으나 장 마감 직전 외환당국의 개입으로 추정되는 매수세가 나오면서 1005원 선을 간신히 유지했다.

외환당국은 아직 환율 방향이 하락 쪽으로 자리 잡았다고 속단하기엔 이르다며 진화에 나서고 있으나 외환 딜러들은 세자릿수 환율 진입은 '시간 문제일 뿐'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달러화 약세 전환 우려 팽배

환율이 연일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미국 달러화가 올해엔 약세로 전환할 것이란 인식이 서울 외환시장 참가자들 사이에 팽배해 있기 때문.실제로 3일 외환시장에서는 뚜렷한 이슈가 없었는 데도 싱가포르 소재 해외 투자은행들이 달러화 매도에 나서자 국내 은행 및 수출업체들이 동반 매도에 가담해 환율을 끌어내렸다.

이진우 농협선물 금융공학실장은 "거의 모든 기관이 올해 원·달러 환율을 '하락'으로 점치고 있는 상황에서 환율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전망이 이렇다 보니 은행권과 수출 기업 등은 달러화 매도에 적극 나서고 있는 반면 수입 업체 등은 달러화 매입 시점을 늦추고 있어 환율이 밀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외환당국의 시장개입 정도가 환율 하락을 저지하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이날 원·달러 환율이 장 마감을 앞두고 간신히 1005원 선을 지켜낸 데는 외환당국의 개입으로 추정되는 매수세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세자릿수 진입 시간 문제'

한국은행은 원·달러 환율이 하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보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라는 입장이다.

이광주 한은 국제국장은 "지금 서울 외환시장은 연말연시의 특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시장이 엷은 데다 외국은 아직 휴장이어서 특수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환시장의 큰손인 해외 투자은행들이 아직 거래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않은 만큼 이틀간의 환율 움직임만 놓고 큰 흐름으로 전망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외환 딜러들은 한은의 이 같은 지적에 공감하면서도 대체로 1000원 선이 이달 중 붕괴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치고 있다.

구길모 외환은행 과장은 "글로벌 달러화 강세 약화와 수출 호조 등으로 원·달러 환율 하락 속도는 더딜지 몰라도 이달 안으로 990원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조휘봉 하나은행 과장도 "미국의 금리인상 중단 시기와 위안화 평가절상 불확실성이 맞물리면서 원·달러 환율은 지속적으로 하락 압력을 받을 것"이라며 "이달 중 세자릿수 진입을 시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 FOMC 의사록·위안화 절상 변수

향후 환율 움직임과 관련해서는 우선 4일 공개되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12월 회의 의사록이 변수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12월 의사록에서 금리인상 중단 시점과 관련한 민감한 표현이 나오면 환율이 또 한 차례 출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의 위안화 추가 절상 여부도 주요 변수 중 하나다.

전문가들은 오는 4월로 예정된 후진타오 중국 국가 주석의 미국 방문을 전후해 중국이 모종의 액션을 취할 가능성이 높으며 그럴 경우 원·달러 환율도 하락 압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