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의 사립학교법 강행처리에 대한 한나라당의 대응이 강경일변도로 나가고 있다. 한나라당은 13일 17대 국회 들어 처음으로 장외 투쟁에 나섰다. 한나라당은 이날 서울 명동과 서울역 앞 장외집회를 시작으로 16일 대규모 촛불시위를 벌인 뒤 다음주엔 지방투어를 계획하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은 타협의 여지를 보이고 있지 않아 당분간 임시국회 공전은 불가피하다. ◆박근혜 대표 강공=박 대표는 배수의 진을 친 태도다. 박 대표는 이날 동국포럼 특강에서 "한나라당은 가능한 한 극한투쟁을 하지 않았다"며 "그러나 이번만은 절대 좌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수환 추기경을 비롯한 종교계 지도자들과 만나는 등 지지 확산에도 나섰다. 김 추기경은 "이 법을 적용하면 학교가 편할 날이 없다"며 사학법 처리를 비판했다. 강공 드라이브의 최우선 명분으로 박 대표는 "교육현장을 이념의 장으로 만들어선 안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는 명동 거리집회에서 "열린우리당이 날치기 한 것은 우리 교육과 아이들의 미래와 헌법정신"이라며 "그들의 목표는 사학비리 척결이 아니라 사학을 전교조에 넘겨주려는데 있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또 "이제 전교조가 우리 아이들을 세뇌시켜도 막을 길이 없다. 아이들이 영문을 모르고 반미를 외치고,북한의 아리랑 공연을 보면서 뭔지도 모른 채 탄성을 지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사학법 강행처리 이면에 보수·진보의 이념 대결을 통해 여권이 전통적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런 의도를 차단하고 역으로 보수층 결집을 강화하려는 게 강경투쟁의 또 다른 배경으로 보인다. 강한 리더십을 발휘해 당 장악력을 높이려는 뜻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날 명동 집회는 당원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불과 15분 만에 종료됐으며,시민의 반응은 냉담한 편이었다. ◆당 내 일각 회의론=이 같은 강경 투쟁에 대한 회의론도 나오고 있다. 일부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장외투쟁의 명분이 없다. 강공 일변도로 가면 갈수록 등원 명분도 찾기 힘들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외투쟁이 길어질 경우 새해 예산안 및 부동산대책 후속 입법의 지연 책임을 고스란히 떠안으며 여론의 비판을 맞을 수 있다는 점도 큰 부담이다. 또 일부 사학재단의 족벌경영에 대한 국민의 시선이 곱지 않은 상황에서 자칫 한나라당이 '비리사학'을 옹호한다는 인상을 줄 경우 당의 수구·보수 이미지만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러나 이런 기류는 박 대표의 강공 드라이브에 묻히는 양상이다. 홍영식·양준영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