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자동차 대출금 회수를 둘러싼 채권단과 삼성그룹의 마찰이 결국 법정으로 가게 됐다. 2일 금융계에 따르면 채권단은 삼성그룹이 당초 합의한대로 4조7천억원대에 이르는 삼성차 대출금과 연체이자 상환을 책임질 것을 요구했지만 삼성그룹이 이를 거부함에 따라 소송을 택한 것이다. 삼성그룹은 채권단과의 합의는 강압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상환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갖고 있어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되고 있다. ◇채권단 "삼성차 대출 삼성그룹이 책임져라" 서울보증보험과 우리은행, 산업은행 등 14개 금융기관이 삼성차에 빌려준 돈은 2조4천500억원이다. 이건희 회장과 삼성 계열사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아 1995년 설립된 삼성차는 외환위기때 내수 침체와 수출 여건의 악화로 법정관리에 들어가자 금융권에서 긴급 수혈을 받았다. 이 때 채권단은 대출을 해주며 손실에 대비해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삼성생명 주식 350만주를 주당 70만원씩 계산해 받았다. 삼성측은 2000년말까지 삼성생명 상장을 통해 빚을 갚고 만약 채권액에 미치지 못할 경우 31개 계열사(현재는 28개 계열사)가 책임지기로 합의서를 작성했다. 그러나 삼성생명 상장이 지금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다 채권단이 그동안 추진해 온 삼성생명 주식의 해외 매각도 사실상 무산되자 채권 만료 시한인 올 12월31일을 앞두고 소송을 내기로 한 것이다. 채권단의 상환 요구액은 대출금에 연체이자 2조2천880억원을 포함해 총 4조7천380억원으로, 이번 소송은 역대 최대의 민사소송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 "합의서는 사실상 무효..책임질수 없다" 삼성그룹은 채권단이 합의서를 근거로 요구하는 삼성차 대출금 상환을 수용할 없다는 입장이다. 손실 보전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경우 계열사에 대한 금융제재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합의를 해줄 수 밖에 없었고 이건희 회장이 삼성생명 주식을 사재로 출연한 만큼 책임질 것은 책임졌다는 것이다.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10월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당시 이건희 회장은 법적인 책임은 없지만 도의적인 차원에서 사재인 삼성생명 주식을 출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 부회장은 또 "삼성계열사에 신규 대출 거부, 채권 회수, 수출입 외환 정지 등 3단계 제재안이 거론됐었다"며 "금융제재를 받으면 큰 어려움에 빠지므로 합의해줄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삼성측은 2일 "삼성차 대출금과 관련해 원만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지만 소송으로 간다면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채권단과 삼성그룹의 법정 다툼이 불가피하게 됐지만 법원의 판결이 나오기 까지 수년이 걸리고 패소하는 쪽의 부담이 크기 때문에 소송 진행 과정에서 타협점을 모색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kms123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