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만사인 시대다. 곳간에서 인심이 나오듯 경제의 난제를 풀어낼 수 있는 인물에 표가 몰리게 마련이다. 국민에게 "성장이 먼저냐,분배가 먼저냐"는 논쟁은 사실 공허하다. 그저 마음 편하게 잘 살게 해주면 그뿐이다. 한국경제신문과 CRC(중앙리서치)가 공동으로 실시한 2007년 경제리더십 조사에서도 국민들은 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인물을 꼽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드러내 보였다. -------------------------------------------------------------- 경제 정책 수행 능력 조사에서는 10개 부문 중 6개 부문에서 이명박 서울시장이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일자리 만들기 △경제성장 △부동산 정책 등의 부문에서는 2위와 현격한 차이를 나타냈다. 대기업 최고경영자 출신인 이 시장은 특유의 추진력을 바탕으로 뉴타운 사업과 청계천 복원,서울시 교통체계 개편 등 대형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뤄내면서 CEO형 리더십을 유권자들의 뇌리에 각인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지난 9월 복원된 청계천은 이미 800여만명이 관람해 '청계천 효과'라는 조어가 만들어질 정도로 파급효과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대규모 사업은 일자리 창출 및 경제적 파급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이 시장은 '일자리 만들기'(43.6%)와 '경제성장'(43.1%)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최근 경제리더십과 지지도 측면에서 이 시장이 약진하고 있는 것은 가시적인 성과를 내놔야 경제 분야에서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이 시장은 성장 중심의 경제 스타일 이미지가 부각되면서 '복지 정책'(12.4%) 부문에서는 다른 항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았다. 고건 전 국무총리는 안정적이고 통합적인 이미지가 국민에게 어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간 균형 발전'(33.2%)과 '물가 안정'(26.6%) 부문에서 수위를 기록해 특유의 '안정 이미지'가 자리를 잡은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총리와 서울시장,국회의원 등 중요 보직을 무리없이 수행한 데다 지난해 탄핵 당시 대통령 대행직을 무난히 수행한 게 고 전 총리의 안정적이고 통합적인 이미지를 한층 돋보이게 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 튀지 않고 신중한 행보가 이런 이미지 제고에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경제·민생 챙기기' 행보가 국민들 마음을 움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 때보다 현지 시장을 찾아 상인들의 손을 두손으로 따뜻하게 잡아주는 이미지가 조사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민생을 챙기는 데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 온 박 대표는 '복지정책'(29.0%)과 '빈부격차 해소'(23.6%) 부문 평가에서 각각 1위를 기록했다. 특히 최근 한나라당의 감세정책과 예산삭감 노력 등의 효과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총선에서 한나라당을 기사회생시킨 공로를 평가받고 있는 데다 지난 4월 재보선과 10월 재선거에서 완승을 거둔 것도 이미지 제고에 한몫 한 것으로 분석됐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젊은 이미지를 앞세워 '정보기술(IT) 산업분야'(14.5%)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는 지난 2002년 대선을 앞두고 유럽의 IT강국을 순회한 뒤 보고서를 내는 등 이 분야에 공을 들였던 것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통일부 장관으로서 남북문제에서 이니셔티브를 쥐고 있는 정 장관은 정치적 행보를 본격화할 경우 IT산업 육성 등 신산업 정책에 초점을 두고 경제리더십 전 부문으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 가능성이 크다. 손학규 경기도지사는 경기도의 외국인 투자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점을 앞세워 대선 때까지 경제리더십 이미지를 강화하는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수도권 공장 설립을 제한하려는 정부와 첨예하게 대립할 정도로 수도권 규제 완화에 집중한 결과 '지역 간 균형발전'에서는 최악의 평가를 받았지만 '경제실리 외교''복지정책''IT산업 발전' 부문에서는 어느 정도 인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해찬 국무총리는 대선 행보와는 다소 거리를 두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실세 총리로 그동안 난제로 여겨졌던 부동산정책과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공공기관 이전,방폐장 문제를 무난히 푼 점을 평가받는 분위기다. 이 총리는 '지역 간 균형발전''경제성장''물가안정' 분야에서 각각 5위를 기록했다. 김근태 장관은 보건복지부 장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항목에 비해 '복지정책'(19.0%) 부문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김 장관은 최근 들어 국민연금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는 한편 저소득층 복지 정책의 중요성을 논리적으로 피력함으로써 대중적 이미지를 확산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조사 결과 차기 대통령의 자질 중 경제 측면의 능력과 정책방향이 차지하는 비율,즉 경제분야의 중요성이 60.8%를 차지한 만큼 경기 회복 속도도 2007년 대선 판도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대선 때까지 변수가 많은 만큼 어느 후보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얘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도 대선(2002년)을 2년여 앞둔 시점에 지지율이 한 자릿수를 맴돌았다는 점에서 이번 조사로 2007년 대선 결과를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 참여정부 들어 개혁의 피로감이 확산되며 선진국처럼 잘살아보자는 욕구가 확산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다음 대선에서는 임기 내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를 달성할 수 있는 확고한 비전을 펼쳐보이는 인물이 결국 팡파르를 울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재창·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