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화가 백순실씨가 서울 인사동 노화랑(02-732-3558)에서 '울림과 여운-백순실전'을 15일까지 연다. 초의선사의 시 '동다송(東茶頌)'을 주제로 활동해온 그가 이번에도 오래 우려낸 차의 맛처럼 은은하고 깊이 있는 화폭을 펼쳐보인다. 갈색 바탕의 차향이 진하게 묻어나는 작품에 쓰인 울퉁불퉁한 오브제는 실제로 커피가루다.


갈색조의 흙빛에 흑과 백의 무채색으로 표현한 내면의 향기. 그에게 차와 그림을 감싸안는 매개는 선시의 감수성이다. 이는 '옥화 한 잔 기울이니 겨드랑에 바람 일고/몸 가벼워 하마 벌써 맑은 곳에 올랐네'라는 초의의 다송(茶頌)과 닮았다. 서른 무렵 '동다송'에 반해 20여년째 한 주제를 껴안고 있다는 그의 선과 면에서 찻잎의 곡선과 찻물의 정갈함이 묻어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오광수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차의 향기를 창작의 향기로 전환시키는 그의 작품은 화면에서도 균형과 안정감,명상의 분위기를 내면화하고 있다"고 평했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