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국은행의 16개 지역본부를 순차적으로 폐쇄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강도 높은 공기업 구조조정 작업에 착수한다. 정부 당국자는 7일 "한국은행 지역본부처럼 업무량에 비해 큰 조직을 갖고 있으면서 방만하게 운영하는 조직이 구조조정의 첫 번째 타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정부는 한은 16개 지역본부를 3~4년 내에 폐지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아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역본부는 한은이 과거 은행감독권을 갖고 있던 때 만들어진 시스템인 만큼 더 이상 놔둬야 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현재 한은 지역본부는 전체 인력 2200명의 34%인 742명이 배치돼 있다. 이들은 화폐 발행 및 환수 작업과 지역경제 조사업무,국고 수납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정부는 이와 함께 공기업 자회사도 대대적으로 정리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최근 감사원의 공기업 감사결과 자회사의 방만경영이 문제가 된 만큼 17개에 이르는 철도공사 자회사를 대폭 줄이는 등 자회사 정리작업에도 박차를 가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또 현재 감사원이 특별감사를 벌이고 있는 KOTRA에 대해서도 기능을 대폭 제한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과거 개발연대 시대에 KOTRA가 해왔던 통상정보 수집 및 투자유치 업무 등 대기업 관련 업무를 대폭 줄이고 중소기업 관련 업무를 확대하는 게 골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KOTRA 지역본부 등을 명실상부한 '중소기업의 사랑방'으로 만들기 위한 작업의 일환"이라며 "KOTRA의 해외거점도 필요하다면 축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그러나 논란이 돼 왔던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의 통합문제는 당분간 거론하지 않기로 했다. 두 조직이 아직 해야 할 기능이 분리돼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편 감사원은 연내에 한국은행 외에 산업은행 기업은행 자산관리공사(KAMCO) 예금보험공사 등 금융 및 건설 공기업에 대한 감사를 완료한다는 방침이어서 그 결과에 따라 추가 구조조정 방안이 나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공적자금 투입 및 정리를 담당했던 예보 KAMCO 등도 업무량이 줄어든 만큼 구조조정의 칼날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또 산업은행도 구조조정기를 거치면서 대우증권 등 다양한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어 이들이 구조조정 대상에 오를지 주목된다. 정부의 이 같은 공기업 구조조정 방침은 현 정부 들어 공기업 개혁이 지지부진하다는 비판이 있었던 데다 전윤철 감사원장의 "역사적 소명을 다한 공기업은 사라져야 한다"는 최근 발언으로 촉발된 것이라는 게 관가의 해석이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