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계 홍콩상하이은행(HSBC)은 국내 금융회사에 대한 인수.합병(M&A)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20일 밝혔다. HSBC는 이날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서울에서 열린 연례 이사회에서 존 본드 그룹 회장이 한국 내 금융회사에 대한 M&A를 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HSBC는 이어 "현재 상황에서는 M&A 대신 '자생적 성장'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면서도 "자생적 성장 전략의 세부 전술의 하나로 M&A를 선택할 수는 있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이날 회견에서 릭 퍼드너 HSBC 서울지점 대표는 "지난 5년 간 시도했던 서울은행과 제일은행 인수에 잇따라 실패한 것은 당시 두 은행의 가격이 너무 비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는 M&A 매물로 거론되는 외환은행과 LG카드의 향후 주가 추이에 따라서는 인수전에 뛰어들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퍼드너 대표는 자생적 성장 전략의 채택 배경에 대해 "HSBC 고유의 문화를 한국 내 영업에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M&A보다는 독자성장이 주변상황에 대한 대응과 통제를 수월하게 해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씨티그룹과 스탠다드차타드은행(SCB)의 한국 내 은행 인수가 대표적인 성공사례"라면서도 "두 은행 모두 점포망과 고객을 단기간에 대거 확보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서로 다른 두 조직의 화학적, 문화적 통합을 이뤄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영업전략과 관련, "현재 국내법인 설립을 포함, 복수의 대안을 가지고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영업망의 지리적 공백을 메우기 위해 대구와 인천, 대전에 지점을 내기로 하고 당국의 인가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퍼드너 대표는 "최근 출시한 글로벌 종합자산관리 서비스인 'HSBC 프리미어'를 앞세워 소매금융 시장에 대한 공략을 강화해 나가겠다"면서 "점포망 확충을 바탕으로 중소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일에 향후 기업금융 부문의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고준구 기자 rjko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