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주 < 한국증권금융 사장 sjhong@ksfc.co.kr > 요즘 부족한 운동량을 보충하기 위해서 퇴근시간을 이용해 걷기를 시작했다. 직장이 있는 여의도 한강둔치를 따라 반포까지 빠른 걸음으로 걷다 보면 주변에 볼거리도 심심찮게 있어서 지루함 없이 적당한 운동을 할 수 있다. 잘 정리된 산책로를 따라 피어난 야생화도 보기 좋고 넓은 강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은 매우 상쾌하다. 간혹 철교 위를 지나가는 기차 소리에 놀라 물 위를 뛰어오르는 물고기의 모습도 앙증스럽게 느껴진다. 강변도로의 수많은 불빛과 함께 한강을 가로지르는 여러 다리를 밝혀주고 있는 오색 등불이 수면 위에 부서지면서 전개되는 빛의 향연은 회색의 도시를 잠시나마 잊게 하는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있다. 또한 길게 뻗어나 있는 산책로를 따라 걷고 뛰는 사람,인라인 스케이트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의 행렬을 보면 사람 사는 곳의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한강변으로 늘어선 고층의 아파트군이 만들어내는 실루엣은 무미건조하다는 느낌이 든다. 물론 최근에는 성냥갑처럼 늘어선 아파트 사이 사이로 개성 있는 건물들이 들어서면서 풍경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기능만 강조하는 삭막함에서 벗어나 도시환경을 보다 따뜻하고 아름답게 바꾸어 가기 위해서는 건축가뿐 아니라 도시행정가나 일반시민들도 도시와 건축,그리고 인간이 서로 잘 어울릴 수 있도록 풍부한 상상력을 발휘해야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또한 이런 강변 풍경을 배경으로 한가하게 물살을 가르고 있는 유람선은 차라리 외로워 보이기도 한다. 사실 세계의 대도시 가운데 한강처럼 유량이 풍부하고 강폭이 넓은 곳도 드물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좋은 자원을 충분히 이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포화상태나 다름없는 육상운동의 대체 수단으로,수상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좋은 입지로 잘 활용한다면 보다 친근한 한강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여기에 일반인들이 가족과 함께,그리고 혼자서 고즈넉이 한강의 아름다운 풍광을 즐길 수 있는 장소를 많이 마련한다면 항상 쫓기듯이 살아가는 도회인의 안식처로서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지난주 충분히 내린 가을비에 불어난 한강의 찰랑거리는 물소리가 정겹다. 마주치는 사람들의 얼굴도 활기에 넘쳐 있다. 한강이 서울이라는 거대 도시의 사람들에게 보다 많은 활력소를 제공하기를 기대해 본다.